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왼쪽)과 세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2일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대에서 TV 토론을 끝낸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EPA 연합뉴스
바이든, 90분 내내 매케인 맹비난
페일린, 김정일 이름 세차례 언급
미국 대선 부통령 후보 간 TV토론이 2일(현지 시간) 밤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은 승부의 분수령이 될지도 모른다는 긴박감 속에 시작됐다. 과거 부통령 후보 토론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높은 관심 속에 진행됐지만 두 후보 모두 선전한 가운데 ‘별다른 사건’ 없이 끝났다.
세대 대결, 성(性) 대결 양상을 띤 이날 토론에서 전반적 답변의 내용(콘텐츠)은 민주당 후보인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이 우위를 보였다. 6선의 관록에서 나오는 노련미와 해박한 지식을 과시하면서도 결점으로 지적됐던 ‘말실수’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라 페일린 공화당 후보도 자신감과 열정이 넘쳤다. 일부 언론이 집요하게 제기해 온 ‘자질론’ 시비를 잠재울 만한 실력을 보여 주진 못했지만 ‘속빈 강정’이 아님을 증명하기엔 충분했다.
비록 질문 내용과 동떨어진 채, 유세하듯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답변이 많았지만 ‘밑천이 형편없는 것으로 드러나면 어떡하지’라고 내심 걱정했던 지지자를 안심시키기에 부족하지 않은 안정감을 보여 준 것.
“매케인이 신봉하는 규제 완화 정책 때문에 금융위기가 왔다”, “매케인은 정작 국민생활에 중요한 이슈에선 매버릭(당리당략에 얽매이지 않는 무당파주의자)이 아니다”….
이날 바이든 후보는 페일린 후보가 여성이며 신예라는 점을 의식한 듯 90분 내내 존 매케인 후보를 타깃으로 삼았다.
페일린 후보는 버락 오바마 후보와 바이든 후보 모두를 강도 높게 공격했다. 그러면서 ‘조 식스팩’(Joe six-pack·퇴근길에 6개들이 맥주를 사 들고 가는 서민), ‘하키 맘’ ‘나는 메인스트리트 사람’ 같은 표현을 써가며 매케인 진영의 약점으로 꼽혀 온 중산층, 서민과의 연대감을 특별히 강조했다.
페일린 후보는 이날 “오바마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이란 대통령), 김정일 같은 위험한 독재자와 조건 없이 만나겠다고 했다” “김정일 같은 지도자가 핵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경제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등 김정일 이름을 세 차례 언급했다.
CBS방송 여론 조사에선 46% 대 21%, CNN 조사에선 51% 대 36%로 바이든이 앞섰다는 응답이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이날 토론이 판세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