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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백승주]北장거리 미사일 무얼 노리나

입력 | 2008-10-04 03:00:00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북한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장 시설을 대대적으로 개량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핵 불능화 중단선언 직후인 8월 31일 북한중앙방송은 “마음만 먹으면 100% 국산화된 실용위성을 성공적으로 쏴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실용위성은 장거리 미사일의 북한식 이름이다. 장거리 미사일 실험에 필요한 엔진실험을 지속하는 사실도 확인된다. 북한은 핵 불능화 협상과 이행을 진행하면서도 핵무기 체계의 완성을 의미하는 장거리 미사일 개발 등 투발수단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내부우환 무마하려 발사 가능성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배경은 세 가지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첫째, 핵 폐기를 결심하지 않고, 평화적 해결 노력이 결렬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북핵의 평화적 해결 노력이 결렬됐을 때 핵무기 보유를 인정받는 군사적 힘은 투발수단 확보에 있다. 핵무기의 소형화, 장거리 미사일 능력 향상이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 미사일 프로그램 차원에서 성능을 지속적으로 보완할 필요성 때문이다. 셋째, 미사일 수출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미사일 기술능력을 개량하는 모습을 과시해야 한다. 북한당국이 어느 때고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발사장 주변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단기적으로는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장기적으로는 장거리 미사일을 새로운 전략카드로 만들려는 포석과 관련된다. 핵 불능화 중단 선언이 식언이 아님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핵 불능화에 불만을 가진 세력을 다독거리는 조치로 볼 수 있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우환상태에 있다. 지도자가 정부이고 국가인 체제에서 지도자의 와병상태는 체제 불안정과 동일하게 인식된다. 그뿐만 아니라 지도부 내에는 현재 미국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이 매우 고조돼 있다. 1만9000쪽의 핵 관련 활동일지를 미국에 제출하고, 냉각탑 해체 등 핵 불능화 작업을 진행한 데 대해 북측 지도부는 엄청난 양보로 여길 것이다.

미국에 대한 지도부의 불신이 권력장치 내부의 균열로 진행되는 모습까지 보인다. 북한 외무성 당국은 8월 26일 발표한 성명에서 ‘해당 기관들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핵시설을 복구하는 조치를 고려한다고 밝혔다. 성명 내용의 자구에 집중해서 분석해 보면 ‘해당 기관’과 ‘외무성’의 갈등을 감추지 못한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북한이 내부 불안요인을 상승, 악화시킬 외부 불안은 만들지 않을 것이다. 1994년 김일성 사망 직후인 그해 10월에 제네바합의를 선택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북한은 한반도에 새로운 긴장을 만들어 내부 우환을 진정시키는 선택을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올림픽과 월드컵이라는 우리 축제를 전후하여 도발을 감행한 전과가 있다.

2006년 우왕좌왕 되풀이 말아야

1893년 5월 말 일본 의회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에 대해 불신임안 상정을 가결했다. 한반도의 동학혁명, 청나라 군대의 파병을 이유로 일본 내각은 6월 2일 의회를 해산하고 한반도 출병을 결정했다. 내부 정치위기를 외부침략 전쟁으로 극복한 역사적 사례다. 북한이 직면한 상황을 고려할 때 이판사판식 걱정거리를 만들(desperate provocation) 수도 있다. 이런 차원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다시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북한이 다시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할 경우 우왕좌왕하지 않기 위한 안보 매뉴얼을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 2006년 7월 4일 새벽 미사일 발사 직후에 톰 시퍼 주일 미국대사가 일본 내각과 대응방안을 조율하던 모습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국방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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