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예정에 없던 쓰촨 성 지진 현장까지 방문하느라 더 바빴다. 한미 쇠고기 협정에 반대하는 여론이 촛불시위, 거리시위로 번지고 있다는 소식에 마음도 불편하다. 몸과 마음이 모두 피곤할 만도 하다.
대선주자들 잇단 한국겨냥 발언
그런 그에게 다른 나쁜 소식이 대기하고 있다. 미국의 유력 대선주자인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경쟁하듯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설령 우리나라에서 쇠고기 협정 파동을 넘어 국회 비준이 이뤄진다고 해도 미국 측에서 비준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현재 비준의 권한이 있는 미국 의회는 자유무역에 유보적인 민주당이 다수당이다.
그뿐인가.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는 어렵사리 숨통을 틔우고 있는 북핵 6자회담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너무 물렁하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처럼 누가 당선되든 미국에서 정권이 바뀌면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재검토에 들어가고 그에 따른 결코 작지 않은 외교적 파장이 미칠 것이다. 나라 안팎으로 가뜩이나 복잡한 정국 속에 이 대통령과 정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우선 FTA 문제를 따져 보자. 미국에서 통상문제는 통상정책(trade policy)이 아니라 통상정치(trade politics)라 불린다. 적어도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외국과의 통상은 국민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관심이 높다. 그만큼 표 동원력이 있다는 뜻이다. 표에 목매는 정치인들이 민감할 수밖에 없다. 둘째, 미국 헌법에 따르면 통상문제를 다루는 일차적인 권한은 의회, 그것도 하원에 있다. 435명의 정치인이 목소리를 낼 여지가 있다.
오바마 후보와 힐러리 후보가 한미 FTA에 ‘경쟁적으로’ 부정적 의견을 밝힌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은 미국의 7대 교역국이다. 자연히 관련 이익이 많고 잠재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표가 많다. 그러나 이면을 읽으면 대처할 방안도 나온다. 그것에 반대해 표를 동원할 수 있다면 역으로 그것에 찬성해 표를 동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표들을 동원해 의원들을 압박하는 것이 해법이다. 양국 정부는 함께 FTA 이점의 홍보에 주력해야 한다. 국내 경제단체들은 미국의 경제단체를 동원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재미 한인들의 적극적인 로비 활동도 크게 도움이 된다.
그리고 공화당 출신치고 진보적 색채가 강한 매케인 후보가 북핵 문제에 강경한 견해를 표명한 것은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첫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인기 하락으로 민주당 대세론이 거론되고 있다. 둘째, 오바마-힐러리 후보가 극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반면 공화당 경선은 싱겁게 끝났다. 민주당 지지 세력은 동원된 반면 공화당 지지 세력은 동원되지 않았다. 그는 그 세력을 동원하고 결집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곧 그의 태도는 본질적이라기보다 정치적이다.
정부, 美오피니언 리더 설득해야
물론 누가 대통령이 되든 외교문제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이 역대의 패턴이었다. 그 결과 어렵사리 끌어온 6자회담의 성과가 시시포스의 돌처럼 다시 굴러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것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6자회담 프로세스가 모멘텀을 확보하는 것이다. 2000년 북한 조명록의 방미가 조금만 빨랐더라면,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이 이루어졌더라면 한반도 정세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크게 변했던 것은 결국 한반도 문제의 무게가 가벼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FTA가 문제되는 것처럼 한국의 무게는 이제 가볍지 않다. 정부는 그 무게가 현실감을 갖도록 미국 내 각계각층을 파고드는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