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에서 ‘오바마’란 이름과 ‘암살’이란 단어가 결합될 때 휘발성은 매우 크다.
누구도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최초의 흑인 대통령 후보’(아직은 미확정)에게 극단적 인종주의자나 정신이상자가 암살을 시도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사람들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광고 로드중
이런 상황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1968년 경선에 나섰다가 암살당한 로버트 케네디 전 상원의원을 언급해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힐러리 의원은 23일 사우스다코타 주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선 완주 의지를 밝히면서 “내 남편(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1992년 6월 캘리포니아 주 프라이머리에서 이길 때까지 경선을 중단하지 않았다. 우리는 (1968년 경선에 나섰던) 로버트 케네디 전 상원의원도 6월 캘리포니아에서 암살당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맥상 막판까지 경쟁이 벌어졌던 사례를 제시한 것으로 보이지만 오바마 진영은 발끈하고 나섰다. 일부 언론은 ‘암살’이란 단어를 강조했다. 힐러리 의원이 은연중 ‘선두 후보 유고시’의 ‘예비후보론’을 암시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 것.
파문이 커지자 힐러리 의원은 “온 나라와 특히 케네디 가문에게 충격을 안겨준 일에 대한 나의 발언이 불쾌감을 줬다면 유감”이라며 사과했다.
광고 로드중
오바마 의원은 24일 “나나 힐러리 의원처럼 몇 개월 동안 선거운동을 하다 보면 누구나 부주의하게 될 때가 있다. 이번 일도 그런 차원이라고 생각한다”며 포용하는 자세를 보였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