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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역사학자들이 본 뉴 챕터 “왜 오바마인가”

입력 | 2008-05-22 02:55:00



백인에 의해 길러진 흑인 ‘타고난 통합자’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꿈꾸며 미국 역사에 ‘뉴 챕터(New Chapter·새로운 장)’를 쓰겠다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상원의원이 20일 오리건과 켄터키 주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선출직 대의원의 과반수(1627석)를 넘긴 1649석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이로써 오바마 후보는 1월 3일부터 미국 56개 지역에서 실시된 민주당 경선에서 사실상 후보 자리를 굳혔다. 본보는 미국 외교안보대학원의 역사학자 2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오바마 현상’의 이유와 새롭게 쓰일 뉴 챕터의 모습, 대선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다양한 문화에서 많은 경험

당선땐 이라크서 미군 철군

세계 외교무대 새얼굴 될것





○앨런 헨릭슨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교수

△플레처스쿨 외교사연구소장

△하버드대 박사(외교사)

앨런 헨릭슨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교수는 “버락 오바마 후보의 등장으로 미국은 세계에 이제까지와는 ‘다른 얼굴’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헨릭슨 교수는 “오바마 후보가 젊은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소외된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했듯이 지구촌을 향해서도 미국을 활짝 열 지도자가 될 자질을 갖췄다”고 말했다.


―오바마 후보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그는 다른 역대 대통령과 달리 다중(多重) 문화적인 경험을 한 인물이다. 인도네시아 케냐는 물론 미국 본토와는 성격이 다른 하와이에서 태어났다는 점도 이전 대통령들과는 다른 점이다. 일부에서는 외교안보 분야의 경험이 일천하다고 하는데 다양한 문화에 노출돼 새로운 경험을 한 것은 그만의 장점이다.”

―사람들이 ‘뉴 챕터’ 이야기를 하는데….

“그가 대통령에 당선돼 직무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조금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이미 변화는 시작됐고 오바마 후보가 뉴 챕터를 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오바마 후보 개인이 어떤 사람인가보다는 그가 제시할 새로운 비전, 창조적인 아이디어, 이전과는 다른 이니셔티브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더욱 중요할 것이다.”

―미국인들은 뉴 챕터를 열 준비가 돼 있는가.

“나는 개인적으로 백인의 비율이 압도적인 아이오와 주 출신이다. 아이오와는 오바마 후보의 혁명이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아이오와 주민들의 오바마 후보 지지는 적어도 본선에서도 인종적인 편견이나 큰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본다. 미국인들이 인종적 편견에 사로잡혀 후보자를 선택하는 단계는 지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후보가 쓰겠다는 뉴 챕터는 어떤 모습일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당선 첫 날 군부 지도자들을 모두 불러 모아 이라크에서의 점진적인 미군 철군 계획을 세우도록 지시할 것이라는 점이다. 적어도 미국이 지난 8년 동안 걸어온 잘못된 방향을 되돌려 놓는 것이 뉴 챕터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새로운 외교안보정책은 어떤 양상을 보일까.

“과거 냉전시대에 미국이 상대했던 옛 소련에 비해 지금 미국이 상정하는 적성국의 위협은 미국의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는 북한의 핵 위협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면 더 많은 자신감을 토대로 적극적인 관여(engagement)외교를 펼 것으로 기대한다.”



금기시해온 美 난제 공론화

주류 아닌 비주류들이 주목

인종문제등 새 해결책 기대





○커크 W 라슨

△조지워싱턴대 엘리엇스쿨 교수

△엘리엇스쿨 아시아연구소장

△하버드대 박사(역사학)

커크 W 라슨 조지워싱턴대 엘리엇스쿨 교수는 “버락 오바마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 자격을 거의 확보한 것은 미국의 역사가 직면했던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인 인종 간 갈등 해결에 희망의 빛을 비춘 일대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 지지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한 세대교체 차원이 아니라 미국 사회 내에서도 금기시돼 온 난제들을 공론화하고 이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내놓고자 하는 새로운 접근법에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세대교체 측면에서 볼 때 오바마 돌풍의 의미는….

“포스트 베이비붐 세대를 대표하는 주자가 등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베이비붐 세대와는 다른 경험을 가진,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세대를 대변하는 사람이 정치에 새 바람을 넣었다는 의미를 갖는다.”

―오바마 후보가 주목받을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대한 불만과 경제난 때문에 변화에 대한 갈망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꿈꿨던 라이벌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역시 새로운 변화를 대표하지는 못했다. 미국인들은 힐러리 후보를 평가할 때 자연스럽게 그 뒤에 서 있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연관지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오바마 후보가 단순히 행운아라는 뜻은 아니다. 오바마 후보는 사람들의 욕구를 가장 명확하게 대변했다.”

―경험 없는 흑인 초선 상원의원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든다면….

“미국인들은 부시 행정부는 물론 클린턴 대통령 시절의 스캔들이나 부패에 대해서도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미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무능력 같은 부분에 대해 화가 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좌절감의 표현으로도 볼 수 있다. 미국인들은 후보가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대다수 국민이 느끼는 고통을 같이 느끼고 공감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오바마 후보의 변화를 위한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섣불리 예견하기는 어렵지만 오바마 후보는 과거 어떤 경선보다 주류가 아닌 비주류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후보다. 특히 정치적인 무관심을 보여 온 젊은층의 참여는 괄목할 만하다. 그런 비주류의 폭넓은 정치 참여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면 미국 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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