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첨단기술의 리더였던 일본이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자괴감이 팽배해 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12월 10일자)가 보도했다.
일본 기업들은 경차와 워크맨(1970년대), 가정용 게임기(1980년대) 등을 개발하며 기술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해 왔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디지털 시대를 이끌 제품 개발에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
이 잡지는 NTT도코모의 휴대전화 인터넷 서비스인 아이모드(i-mode) 보급(1999년)이 국내 시장에만 머물고 소니의 ‘디지털 워크맨’(2007년)이 아이팟과의 경쟁에서 밀린 것 등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이로 인해 일본 업계에선 최근 ‘왜 우리는 아이팟 같은 제품을 발명하지 못하는가’라며 자조하는 분위기라고 이 잡지는 전했다.
일본은 지난해 연구개발(R&D) 분야에 1300억 달러를 투자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분야 투자 비중도 스웨덴, 핀란드에 이어 세계 3위다. 그러나 소니, NEC 등 일본 기업들은 첨단기술의 상업화와 디자인 등 디지털 시대의 핵심 경쟁에서 애플, 구글에 밀리고 있다.
뉴스위크는 일본 기업들의 내수 의존, 구태의연한 경영 방식 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직적으로 일하는 ‘팀플레이’에만 익숙해 개인의 역량과 창의력 개발에 뒤처진 것도 원인으로 제기됐다.
후지모토 다카히로(藤本隆宏) 도쿄대 교수는 “일본은 자동차처럼 완전히 구성된 제품을 만드는 작업에만 익숙하고 아이팟처럼 부품을 혁신적으로 혼합하는 데는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