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등학교 생일파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컵케이크가 퇴출 위기에 빠졌다.
버터와 설탕을 듬뿍 넣고 울긋불긋한 색소로 멋을 낸 컵케이크가 비만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이를 금지하는 학교들이 늘고 있기 때문.
학부모가 자녀 친구들에게 한 턱 내고 싶을 때 학교로 자주 배달시키던 피자도 이제는 금지 품목이다. 텍사스의 학 초등학교에서는 피자를 가지고 학교로 향하던 한 학부모가 정문에서 제지당했다.
사탕을 금지하는 학교도 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산타클라라 교육당국은 선생이 정답을 맞히거나 착한 일을 한 학생에게 사탕을 나눠주던 것을 금지시켰다. 학교 미식축구 경기가 열릴 때 관중석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중 하나인 나초 과자를 금지하는 학교도 늘고 있다.
각종 군것질 거리가 속속 금지되고 있는 것은 학생들의 늘어나는 허리 사이즈 때문. 1970년대 초 4~6% 수준이었던 미국의 비만 학생 비율은 2004년 20%까지 늘어났다.
청량음료며 초콜릿을 판매하는 자동판매기를 몰아낸데 이어 특별 행사에 등장하는 고칼로리·고지방 간식류까지 금지시키는 학교가 늘면서 축하와 모임의 풍속도도 변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랭커스터 지역 초등학교들은 아예 음식의 유혹을 줄일 수 있도록 생일파티를 월 1회로 제한시켰다. 샌프란시스코 학교들은 학부모들에게 컵케이크 대신 당근이나 샐러리, 저지방 치즈를 가져오도록 권고하고 있다. 생일파티에 음식을 나눠먹는 대신 책을 읽고 독후감을 서로 교환하는 '학구파형' 생일파티로 바꾸는 학교도 생겨나고 있다.
이런 간식류 금지 조치는 학부모들 사이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다수 학부모들은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생일 파티나 스포츠 경기, 밸런타인 데이, 할로윈처럼 특별한 날에 음식을 나눠먹는 전통까지 금지시키는 것은 학창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없애버릴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지난해 산타바바라 교육당국이 개최한 간식 금지 공청회는 흥분한 학부모들의 의견 대립으로 정회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최근 텍사스 주의회는 '간식 허용파' 학부모들의 압력에 따라 특별 행사 때 건강에 나쁜 음식을 마음껏 가져와도 된다는 '안전 컵케이크(Safe Cupcake)'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