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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위협에 쫓겨난 모차르트…獨극장, 오페라 공연 취소

입력 | 2006-09-28 03:01:00


“이건 미친, 어리석은 결정이다.” “표현의 자유가 위기에 처했다.”

독일 베를린의 유명 오페라 하우스 ‘도이체 오퍼’가 26일 모차르트의 오페라 ‘이도메네오’ 공연을 취소한다고 발표하자 독일 전역이 들끓고 있다.

공연이 취소된 이유는 공연 중 무대 위에 마호메트의 잘린 머리가 등장할 예정이었기 때문.

경찰 당국은 최근 ‘공연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폭력을 행사하겠다’는 협박 전화를 받은 뒤 극장에 공연 취소를 권고했다. 도이체 오퍼의 키르스텐 하름스 예술감독도 기자회견을 열어 “이 작품이 상연되면 극장과 직원들이 공격당할 우려가 있다는 경찰의 경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도메네오는 모차르트가 1781년에 작곡한 작품. 이번 공연에선 크레타의 왕 이도메네오가 마지막 장면에서 종교와의 단절을 표현하기 위해 그리스의 신 포세이돈, 예수, 부처, 마호메트의 잘린 머리를 들고 무대에 등장할 예정이었다. 이 작품의 원작에는 이런 장면이 명시돼 있지 않다.

정치권은 공연 취소에 크게 반발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공연 취소는 공포에 의한 자기검열이며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내무장관도 “어리석고 받아들이기 힘든 결정”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나 하름스 감독은 “마호메트 만평 사태로 인해 발생한 충돌을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디터 글리치 베를린 경찰청장도 “서방 사회와 이슬람권 사이에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런 공연으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며 극장 측을 두둔했다.

특히 최근 독일 출신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이슬람 관련 발언이 문제가 된 바 있어 독일 사회는 이번 조치에 대해 대체로 이해하는 분위기다. 교황의 문제 발언 직후 독일의 열차에 대한 테러가 적발되기도 했다.

무슬림 사회는 조용한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 알리 키질카야 독일 이슬람 평의회 의장은 “책임 있는 조치”라며 반겼다.

하지만 ‘터키 커뮤니티’ 등 일부 무슬림 단체는 “위협에 굴복해선 안 된다”며 되레 극장의 공연 취소 조치를 나무라기도 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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