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은 동맹국으로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동맹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합니다.”
7일 워싱턴 시내 존스홉킨스대 회의실에서 열린 ‘세종 소사이어티’ 정례모임. 연사로 나온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 대사는 이같이 힘주어 말했다. 이날의 주제는 ‘왜 미국은 한국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가’였다.
최근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논란을 겪으며 워싱턴 일각에서 거론되는 ‘한미동맹 이상 징후’를 염두에 둔 주제로 보였다.
이날 군 출신인 폴 체임벌린 한미컨설팅 대표도 함께 연사로 나왔다.
허버드 전 대사는 “미국은 한국이 지닌 전략적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미국이 미군 철수 등 동맹을 훼손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에서 북한보다 미국을 위협으로 느낀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다”는 질문에 대해 “한국인이 미국을 위협적으로 느낀다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해치는 일이 생긴다면 미국 때문일 것이라는 의미”라고 애써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미국이 위협’이라는 견해가 다수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중국의 역사 왜곡 시도’를 다룬 보도를 보더라도 동북아에서 한국이 중국으로 경도될 것이라는 전망은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허버드 전 대사는 퇴임 이후 워싱턴에서 다양한 강연과 연설을 통해 ‘노무현 정부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성격은 전통적 한미관계를 지탱해 온 양국 정부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완곡하게 거론하며 ‘동맹관계의 변화 징후’를 안타깝게 여겨 왔다.
허버드 전 대사는 직업외교관 출신으로 부시 행정부 1기(2001년 9월∼2004년 8월) 당시 3년간 주한 미 대사로 일했으며, 현재 법률회사인 애킨 컴프의 고문으로 동아시아 업무에 조언하고 있다.
한편 이날 함께 연사로 나선 체임벌린 대표는 손자병법의 지피지기(知彼知己)란 구절을 인용해 “미국의 고위 정책 입안자가 한국 사회의 변화에 무지한 탓에 양국 동맹정책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시작전권 이양을 둘러싼 한국의 불안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질문에 대해 “전시작전권을 미국이 갖고 있고, 이것을 한국이 돌려받는다는 현재의 논의 방식은 잘못됐다. 전시작전권은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행사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한미 간 대북 인식에는 차이가 보인다”면서도 “한국이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놓고 주적이 아니라 ‘군사적 위협’이라고 고친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