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의 휴전협정에 따라 전투가 그친 레바논 남부 분쟁지역에 유엔 평화유지군 1만5000명을 파견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바삐 움직이고 있다.
유엔은 17일 마크 브라운 사무차장 주재로 49개국 외교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레바논에 파견할 유엔 평화유지군의 역할을 점검하는 회의를 가졌다. 49개국은 이미 레바논에 유엔평화유지군을 파견할 의사를 표명했거나, 파견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 위주로 선별했다. 한국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브라운 사무차장은 이날 회의에서 레바논 평화유지군에 대해 "필수적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권한과 장비를 제공받는 강한 병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문을 집행하기 위해서라면 평화유지군이 전투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렇지만 헤즈볼라 무장해제는 유엔 평화유지군 대신 레바논 군이 맡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유엔 평화유지군이 직접 헤즈볼라 무장해제에 나설 경우 불필요한 무력충돌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레바논에 파견됐던 2000명 규모의 기존 유엔 병력은 그 역할이 레바논 상황을 '모니터(감시)'하는데 그쳤다. 따라서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한편 방글라데시가 17일 2000명의 병력을 파견하겠다고 밝히는 등 일부 국가들은 유엔평화유지군에 파견할 병력 규모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날 기준으로 각 국가가 약속한 유엔 평화유지군 병력 규모는 모두 3500명 선. 시간이 흐르면서 그 규모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휴전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프랑스는 200명을 추가로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당초 예상했던 규모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
아직도 레바논 유엔평화유지군의 역할이 명확하게 확정되지 않는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분쟁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하는데 따른 부담감이 컸을 것이라고 유엔 관계자들은 풀이하고 있다.
이밖에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이집트, 터키, 중국 등이 병력을 파견하거나 유엔평화유지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