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2일 오전 2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러시아에 빼앗긴 뒤 영토분쟁을 빚고 있는 북방 섬을 시찰했다.
일본 현직 총리가 북방 섬을 시찰한 것은 1981년 9월 스즈키 젠코(鈴木善幸), 2001년 4월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에 이어 세 번째다. 과거는 헬기를 이용한 항공 시찰이었으나 고이즈미 총리는 처음으로 배를 타고 해상 시찰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반경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북방·과학기술상 등과 함께 해상보안청 순시선에 탑승, 홋카이도를 출발해 배 안에서 하보마이(齒舞) 구나시리(國後) 섬 등을 시찰했다.
한때 육지에 오르는 것도 검토했지만 홋카이도와 북방 영토의 중간선까지만 접근해 쌍안경으로 섬을 살펴보는 데 그쳤다.
이번 북방 섬 시찰은 내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북방 영토 문제에 일본이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리려는 것이라고 아사히신문은 분석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임기 중 북방 영토 문제 해결과 러일 평화조약 체결에 의욕을 보여왔다. 푸틴 대통령의 방일 때 영토문제를 교섭의 핵심과제로 한다는 방침도 정해놓았다.
그러나 러시아 외무부는 이번 시찰을 앞두고 “평화조약 체결 교섭을 복잡하게 하는 것”이라며 비난 성명을 낸 바 있어 향후 러시아측 대응이 주목된다.
고이즈미 총리는 시찰을 하루 앞둔 1일 “평화조약 체결은 일본뿐 아니라 러시아에도 이익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북방 영토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1945년 8월 소련군은 사할린을 수복한 뒤 북방 4개섬도 동시에 접수한 이래 실효적 지배를 해오고 있다.
1956년 일본과 수교할 당시 소련은 “평화조약 체결 후 하보마이 섬과 시코탄(色丹)섬을 넘긴다”고 약속했다. 이후 러시아가 출범했으나 일본과의 평화조약은 여전히 체결되지 않고 있으며 북방 섬 문제도 미결 상태로 남아 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