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중남미 58개국이 국제사회에서 ‘미국 독주’를 견제하고 나섰다.
28∼29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제3차 유럽-중남미, 카리브해 정상회담’에서 이 지역 58개국 정상들은 “유엔이 국제사회의 갈등을 해결하는 최우선 조직으로 남아야 한다”고 밝혀 미국의 독주를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회의에서는 또 유럽과 중남미가 10월까지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할 방침임을 확인했다.
▽미국을 언급하지 않은 미국 비난=58개국 지도자들은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미국을 비난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채택했다. 성명서는 “이라크 포로수용소에서 학대행위가 자행됐다는 증거가 나온 데 대해 혐오감을 표시한다”며 “이는 제네바협정을 비롯한 국제법에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미국은 언급하지 않은 채 비난의 대상을 ‘관련 정부들’이라고만 했다. 이 때문에 성명서에 대해 일부 국가가 반발했으며, 유일하게 성명서에 서명하지 않은 쿠바는 EU 회원국을 “미국의 종”이라고 비난했다.
성명서는 또 “세계 각 국가의 주권은 평등하고 다른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으며, 국민이 스스로 내린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국 정상들도 미국에 대한 견제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 순번제 EU 의장국인 아일랜드의 버티 어헌 총리는 개막연설에서 “평화와 안보는 세계 모든 국가가 함께할 때 가장 잘 지켜질 수 있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무력 사용 등의 치안문제는 다자주의적 틀에서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경제블록 가능성도=이번 회담에서 EU와 중남미 지도자들은 10월까지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로 구성된 남미공동시장과 EU간 FTA 협상을 타결하기로 했다. 9월부터는 EU와 중미지역 국가들이 FTA 협상을 시작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EU 25개국과 남미공동시장 4개국 사이에 FTA 협상이 타결되면 29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경제블록이 탄생하게 된다.
EU와 남미공동시장의 FTA 협상은 중미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호르헤 브리스 과테말라 외무장관은 “과테말라를 비롯해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과가 최근 공동관세연합을 구축키로 합의하는 등 경제통합을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EU와 중미국가간 FTA 협상이 진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과달라하라=외신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