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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 문화훈장 받은 이토 아비토 도쿄대 교수

입력 | 2004-03-16 18:24:00


“한국은 추상적 논리와 체계를 중시하는 사회입니다. 외부의 눈으로 보면 불안할 정도로 갈등이 치열하나 스스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정부의 문화훈장 수상자 가운데 유일한 외국인인 일본 도쿄(東京)대 이토 아비토(伊藤亞人·60·문화인류학) 교수는 15일 연구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사회의 특질을 이렇게 분석했다.

일제 식민지배 권력은 그런 한국인의 기질을 치유 불가능한 당파성으로 폄훼했지만 요즘의 국제질서 속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최근 한국의 정치적 혼란상도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일본인은 화합이 우선시되는 문화 속에서 어려서부터 자기주장을 억제하는 교육을 받고 자랍니다. 싸워서 지면 끝장인 사회라서 이견을 말하거나 싸우려 하지 않습니다. 열도라는 지리적 한계일 수도 있지요.”

일본인은 옳으니 그르니 따지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한국인은 논리에 강해 갈 데까지 가는 싸움을 벌일 때가 많지만 인간 중심의 세계관을 갖고 있어 이내 풀어질 수 있다. 따라서 ‘싸울수록 친해진다’는 한국 속담을 일본인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

이토 교수는 71년 전남 진도 민속연구와 경북 안동 양반문화 연구를 시작으로 30여년간 한국인과 한국사회를 인류학적 관점에서 비교분석해 왔다. 많은 강연회를 통해 일본에서 한국사회를 알리고 학생교류를 적극 추진하는 등 양국 문화교류의 초석이 된 공로로 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그는 2002년 서울대 초빙교수를 지냈다. 해마다 일본인들을 안내해 한국 역사 민속기행을 한다. 그는 “한국의 사회단체들은 돈 타령을 너무 많이 한다”면서 단체의 이해관계를 떠나 지역에 봉사하는 정신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인류학은 인간과 인간의 교류”라고 강조하는 그는 앞으로 북한 주민 문제를 더 연구하고 싶다고 했다. 통일 이후 북한에 대한 하드웨어 측면의 개발과 지원 못지않게 복지, 정신위생, 지역 진흥, 문화 창조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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