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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수백만인파 노려 동시다발 테러

입력 | 2004-03-03 01:46:00


2일 수백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낸 이라크 카르발라와 바그다드의 연쇄 폭탄 테러는 시아파 무슬림의 최고 성일(聖日)인 아슈라(애도의 날)를 피로 물들였다. 이번 테러로 시아파와 다른 종파간의 분쟁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랍권 21개국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포함한 지역 최대 협력체 아랍연맹은 성명을 통해 이 폭탄테러를 야만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무차별 테러=이날 폭탄테러는 오전 10시(현지시간) 직전 시아파의 주요 사원 두 곳에서 발생했다. 200만명 이상의 시아파 무슬림이 운집한 중남부 카르발라 사원에서 5, 6차례 잇따라 자살폭탄 테러로 보이는 폭발이 일어나 최소 85명이 숨지고 220여명이 부상했다고 AFP가 현지 경찰을 인용해 보도했다.

폭발 직후 사원 일대는 극도의 혼란에 빠져들었다. 현지 TV방송은 광장에 피를 흘린 채 쓰러진 사상자와 검은 연기를 방영했다. 비슷한 시간에 바그다드의 한 시아파 사원 부근에서도 폭탄테러가 발생해 75명 이상이 숨지고 수백명이 부상했다고 AP가 보도했다.

▽왜 카르발라인가=바그다드 남쪽 80km 지점의 카르발라는 나자프와 함께 시아파 무슬림의 영혼을 1300년 이상 지배해 온 이슬람의 성지. 이곳에는 시아파 무슬림들이 추앙하는 알 후세인이 묻혀 있다.

예언자 마호메트의 손자이자 4대 칼리프 알리 빈 아브탈리브의 아들인 알 후세인은 서기 680년 카르발라에서 이슬람 패권을 놓고 벌인 싸움에서 이슬람 최초의 왕조를 세운 무아위야의 아들인 야지드 군대에 패해 몰살당했다.

이 전투는 마호메트의 후손 중에서 이슬람의 통치자인 칼리프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시아파)과 합의와 동의를 통해 칼리프를 뽑아야 한다는 세력(수니파)으로 분열되는 계기가 됐다.

시아파는 그후 후세인의 목이 잘린 무하람(이슬람력으로 새해 첫달) 10일을 ‘애도의 날’로 정해 후세인의 죽음을 막지 못한 자책감을 스스로 채찍질하거나, 칼로 몸에 상처를 내는 방식으로 표출해왔다.

그러나 수니파인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은 집권 중 이 행사를 20여년간 전면금지시켰다.

▽무얼 노렸나=이라크 경찰과 미군은 우선 후세인 정권이 축출되면서 인구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시아파가 정치적 기반을 확대하는 것을 저해하려는 반대 종파의 소행일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8월 이란의 시아파로부터 지지를 받던 무하마드 바크르 알 하킴이 나자프에서 차량폭탄 공격으로 피살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종파간 갈등을 촉발시켜 이라크를 내전상태에 빠뜨리려는 외부세력의 이간질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수니파 과도통치위원인 나시르 차데르지는 “이번 테러는 이라크인들에 의해 일어날 수 없는 것”이라며 외국 테러조직을 지목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카르발라·바그다드=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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