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다칠까봐 시위를 막았던 것인데…, 그 마음을 알아줄까요.”
31일 정년퇴직을 앞둔 이화여대 장용숙(張用淑·61·사진) 학생과장은 65년 이 대학 법학과를 졸업하자마자 학생과에 취직한 뒤 37년 동안 줄곧 한 곳에서만 근무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
장 과장은 문자 그대로 ‘한국 학생운동사의 산 증인’이다.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80년대에는 학생들의 신병을 인수하기 위해 공무원이던 남편과 함께 경찰서에서 밤을 새우기가 일쑤였다.
30여년 동안 교내에서 열린 모든 집회 상황을 보고하느라 ‘인원 파악’이 직업병이 된 장 과장은 “지금도 목욕탕이나 반상회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만 가면 인원을 세는 게 습관이 됐다”며 웃었다.
장 과장은 “80년대 초 ‘건국대 사태’ 때 주동자들을 제적시키라고 당국에서 난리를 쳤지만 그래도 학교가 끝까지 버틴 것이 지금도 자랑스럽다”고 술회했다.
그는 “학생운동의 이슈도 민주화 등 외부문제에서 등록금 인상, 식당 운영 등 학내문제로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80년대에는 학교마다 구속된 학생들의 명단을 정리해 놓은 ‘블랙리스트’를 갖고 있었죠. 공개되면 난리가 나 창고에 꼭꼭 숨겨 놓던 명부가 지금은 민주화운동의 증빙자료로 활용되는 것을 보고 세상이 달라진 사실을 실감합니다.”
당시의 총학생회장들이 세월이 지나 교수로 부임해 오는 것을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는 장 과장은 “시위를 막고 대자보를 떼어내느라 욕도 많이 먹었지만 불상사를 걱정해서 그랬던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