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집권세력은 21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의회연설을 통해 오사마 빈 라덴을 즉각 인도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날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지에서는 격렬한 반미 시위가 벌어졌으며 파키스탄 최대도시인 카라치에서는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 4명이 숨졌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대한 이슬람권의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1988년 파키스탄과 인도가 핵실험을 강행한 뒤 내렸던 경제제재 조치를 조만간 해제하는 등 유화조치를 구상 중이다.
압둘 살람 자에프 파키스탄 주재 아프가니스탄 대사는 21일 부시 대통령의 의회 연설 후 이슬라마바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빈 라덴을 미국에 인도하거나 국외로 추방하는 것은 이슬람에 대한 모독”이라며 인도 거부 의사를 확인했다.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 가장 큰 사원인 와지르 아크바르 칸 사원의 지도자는 이날 주말 예배에서 신도들에게 “죽음을 두려워 말라”면서 미국이 공격해오더라도 과거 영국 소련의 참략자와 마찬가지로 패배할 것이라며 항전의지를 북돋았다.
이날 파키스탄 카라치에서는 4만여명이 격렬한 반미 시위를 벌였으며 경찰 진압과정에서 총에 맞아 시위대원 4명이 숨지고 경찰 10여명이 다쳤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테러 사건 후 이슬람권 국가에서 일어난 반미 시위 도중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처음으로 이슬람권의 반미 감정은 격화할 전망이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도 2000여명이 주일 예배를 끝내고 반미 시위를 벌이면서 “미국은 세계 15억 이슬람 인구를 기억하라” “파키스탄 정부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라”는 등 구호를 외쳤다.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시위에서 몰라나 사물 하크 아프가니스탄 수호위원회 위원장은 “정부가 미국에 군사기지를 제공하면 이슬람 단체들은 미국을 상대로 성전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40여개 종교 사회단체 정당 등이 최근 결성한 아프간수호위원회가 주도한 이날 시위에는 1만5000여명이 참가했으며 상당수 회사와 상점이 동조 파업을 단행했다. 파키스탄 당국은 이날 아침부터 대통령궁 의회 정부청사 방송국 등 주요 시설물을 경비했으며 미국 대사관 건물 외곽에는 무장병력이 배치됐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21일 “98년 파키스탄과 인도에 내린 군사·경제 제재 조치를 조만간 해제하고 파키스탄에 대해서는 다음주 중 6억달러 규모의 외채를 탕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