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또다시 급랭했다.
악재가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전날 나스닥지수가 2750선을 깨면서 연중최저치로 가라앉은 것을 계기로 이미 알려진 국내외 악재들이 한번 더 위력을 발휘했다.
29일 종합주가지수는 20.50포인트(3.82%) 하락한 516.44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4.05포인트(5.59%) 떨어진 68.45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7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올들어 처음이다. 거래소에선 거래대금이 올들어 두 번째로 적었다. 나스닥지수 폭락 이외에 반도체가격의 급락세 반전, 한국전력 노조의 파업 선언과 양대노총의 파업 경고, 신용금고 비리의 확산 가능성 등도 장 분위기를 위축시켰다.
대우자동차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노사 합의, 한나라당의 한전 민영화 관련 법안 동의 등의 호재는 힘을 쓰지 못했다.
▽큰 흐름은 약세장의 연장〓시황담당자들은 이날 주가 급락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현대증권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11월 이후의 박스권인 510∼580선이 지켜진 정도에서 의미를 찾았다. 그동안 두세 번에 걸친 단기등락을 거치면서 고점이 580→570→550으로 점차 낮아져온 점을 감안할 때 전체적으로 하락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 그는 종가기준으로 500선이 깨진다면 주가가 전체적으로 한 단계 더 떨어질 것(레벨다운)이라고 전망했다.
신영증권 노근창 선임연구원은 “코스닥시장의 경우 그나마 심리적 지지선 역할을 해온 70선이 깨져 개인투자자들의 투매가 나타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전망과 투자전략〓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보수적인 시각을 가질 것을 권고했다. 신한증권 박효진 투자전략팀장은 “일정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악재란 악재는 이미 다 나와서 투자자들의 악재에 대한 면역력은 높아졌지만 시장체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어 기술적 반등을 하기에도 힘이 부친다는 것. 그는 “이런 와중에 10월말∼11월 중순까지 따로 움직이던 코스닥시장이 최근 다시 나스닥시장과 강한 동조화경향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 않은 조짐”이라고 말했다.
노근창 선임연구원은 “코스닥시장에는 신용금고 비리 등 거래소엔 없는 악재들이 있고 개인투자자들도 지쳐있는 상태라서 또다시 지지선을 설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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