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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또 얼버무려선 안된다

입력 | 2000-11-27 18:47:00


도무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20대 젊은이가 단기간에 어떻게 수천억원을 대출받아 이리저리 굴릴 수 있었는지 서민의 입장에선 그저 어안이벙벙할 뿐이다. MCI코리아 부회장 진승현(陳承鉉)씨 금융비리 사건은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과 마찬가지로 불법 탈법이라는 말만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의혹의 핵심은 역시 불법 탈법이 가능하도록 정관계(政官界)에 로비를 하지 않았겠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진씨의 대출규모는 2500억원이 넘는다. 열린금고 리젠트종금 리젠트증권 한스종금 등에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 돈을 대출받았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1200여억원은 상환했거나 담보가 확보돼 있으나 1300여억원은 아직 갚지 않은 상태라는게 금융감독원의 설명이다.

이같은 천문학적 규모의 비정상적인 금융거래가 진씨의 힘만으로 이루어졌을리 만무하다. 김영재(金暎宰)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이 사건과 관련해 이미 구속됐으나 로비대상이 그에 그쳤을리 없다. 실제로 금감원의 다른 관계자들도 진씨의 불법대출을 묵인 또는 방조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진씨 자신이 신인철(申仁澈)씨가 발이 넓다는 소문을 듣고 한스종금 사장을 맡겼다고 말했을 정도다.

문제는 진씨의 비호세력이 금감원 직원들 뿐이었겠느냐 하는 점이다. 금감원 직원들은 연결고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중에는 이미 여권실세의 이름이 나돌고 있다.

금감원 내부에서 정계로 사건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검찰이 또 금감원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도 심상치 않은 일이다. 금융비리 조사를 둘러싼 두 기관 사이의 감정싸움만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제 검찰이 할 일은 분명하다. 우선 불법대출금의 행방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정치권 연루 여부도 진씨와 주변 인물들의 계좌추적을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확인과정도 거치지 않고 그냥 권력형 비리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려선 안된다.

진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도 무엇보다 다급한 일이다. 그동안 진씨가 자신의 회사는 물론 기자들과도 수시로 연락을 해왔는데 검찰이 아직 그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은 수사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이 사건 수사가 마지막이라는 다짐으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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