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인 ‘검은 돈 거래’를 감시하는 대외금융거래정보시스템(FIU)의 발족을 앞두고 정부 부처간에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FIU는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제2차 외환거래 자유화의 대책으로 출범되는 기구다.
19일 관련 정부기관에 따르면 당초 재정경제부는 FIU를 세워 금융거래감시기구로 운용하려 했지만 입법 과정에서 검찰이 주도하는 수사정보 제공 기구로 변질됐다.
미국이나 호주는 경제부처가 중심이 돼 FIU를 금융거래감시기구로 운영하고 있다. 유럽이나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은 검찰이 FIU를 주도하고 있지만 대상 범죄유형을 형사 범죄로 최소화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검찰이 FIU를 주도하면서 총괄하는 범죄 유형을 마약, 매춘, 조직범죄뿐만 아니라 일반 탈세범에 이르는 103개 범죄를 맡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경찰이나 국가정보원은 관련정보를 제공받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관세청 국세청 금감원 등에만 정보를 제공하도록 규정한 것. 이에 따라 경찰과 국정원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국세청도 검찰 주도에 반발하고 있다.
앞으로 각 금융기관은 국내 및 해외 거래 자금이 불법 자금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이 들 때 FIU에 보고한다. FIU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선별해 검찰과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위원회 등에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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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 신경전…검찰 주도에 국세청 반발▼
대외금융거래정보시스템(FIU) 발족을 앞두고 정부 부처간에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해당 부처들은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우려하면서도 제대로 된 FIU를 만들지 않으면 외환거래자유화로 인한 혼란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 국민을 불법외환거래 혐의자로 추정하는가〓검찰은 FIU를 주도하면서 불법자금 거래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거래 정보를 감시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매춘 마약 조직범죄와 같은 불법 자금에 대한 수사는 검찰의 고유권한이겠지만 금융거래까지 검찰이 손을 댄다면 모든 국민을 범죄 혐의자로 취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금융거래에 대한 일반인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가뜩이나 위축된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
특히 국세청은 “검찰이 교묘한 수법의 해외자금 불법세탁 사례를 정밀하게 수사할 만한 노하우를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FIU에서 금융거래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핵심 부서인 조사반 반장은 검사가 맡게 된다.
FIU 구축기획단의 현재 인력은 19명. 검찰 국정원 국세청 금감원 등 11개 기관의 직원들이 파견 형태로 근무중이다.
▽기우에 불과한가〓FIU구축기획단측은 “신고대상 탈세범위를 외환거래과정에서 발생한 탈세 또는 특가법에서 정하는 연간 탈세액 2억원 이상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밝힌다. 아직 금융기관들이 FIU에 신고해야 할 대상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마련되지 않았지만 국세청과의 업무 중복이나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 등은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연세대 경제학과 하성근 교수는 “세계화 개방화 시대에 각 정부는 금융거래에 대해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뚜렷한 증거가 없는데도 수사기관이 모든 금융거래 정보를 입수하고 개입한다는 것은 대외 거래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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