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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전쟁이 끝난 후' 발칸전쟁은 끝나지 않았네

입력 | 2000-11-03 18:45:00


□'전쟁이 끝난 후'/ 타리크 알리 외 지음/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옮김/ 234쪽 9000원/ 이후

‘발칸반도의 해방’.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1999년 3월24일 코소보 사태에 개입한 명분은 과연 정당한 것이었을까. 걸프전이 TV상자속의 스펙터클 전쟁이었듯, 발칸전은 인도주의라는 이미지 전쟁이 아니었을까.

이 책은 11인의 세계적인 좌파 지성인들이 코소보 사태의 본질과 인류에게 남긴 상처를 반성한 기록이다. 그 목소리는 ‘인종청소’ 현장을 보여주는 CNN 라이브 중계보다 진지하고 직접적이다.

이들은 발칸전쟁의 본질을 ‘코소보 알바니아인들의 안전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주권국가인 유고슬라비아의 영토를 유린한 전쟁’이라고 규정한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실천적 지식인인 레지 드브레가 ‘르몽드’지에 쓴 공개 서한은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사실까지 회의하게 만든다. 코소보 인종청소의 실상은 뉴스로 타전된 것과 다르며, 알바니아계를 보호하기 위한 서방의 개입이 역으로 세르비아계에 대한 학살을 가져왔다니.

‘뉴 레프트 리뷰’ 편집위원인 타리크 알리 역시 발칸전쟁이 ‘이미지와 여론의 호도속에서 진행됐으며, 인도주의 승리를 위한 성전(聖戰)으로 미화됐다’고 주장한다. 이에대해 ‘미 대외정책의 저격수’인 노엄 촘스키 교수는 코소보 평화협정 진행 과정이 어떻게 세르비아를 국제적인 악당으로 몰고갔는지를 분석했고, 영국의 대표적인 좌파사장가인 알렉스 캘리니코스 교수는 인도주의가 ‘도적적 제국주의’의 세련된 가면에 불과함을 역사적으로 논증한다.

‘먼슬리 리뷰’ 편집위원인 엘렉 M. 우드 교수의 거시적인 시각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그는 ‘구 제국주의가 영토 주권을 노렸다면, 신 제국주의는 세계 경제주권을 노린다’는 관점에서 발칸 전쟁을 ‘세계화 시대에 나타난 신제국주의적 양상’으로 풀이한다. 이를 주도하는 것은 세계화의 최대 수혜자인 미국이었으며, 이번 전쟁은 걸프전에 이은 침략적 팍스 아메리카에 다름아니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정도라면 에드워드 사이드 교수가 ‘클린턴 대통령 역시 전범으로 기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굳이 죄목을 들자면 의회 승인 없이 전쟁을 벌여 헌법을 위반한 점. 그는 백악관에서 벌어진 ‘부적절한 관계죄’까지 소급하며 모종의 연관성을 암시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제국주의 국가’의 패덕에 맞설 방도는 무엇인가. ‘무력이란 수단을 통한 정치의 연속’이라는 전쟁은 불가항력인가. 사이드가 제시하는 ‘미국의 위선적 실천의 본질을 보여줄 지식인의 지적·도적적 저항’이 다윗의 돌맹이가 될 수 있을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전쟁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며, 코소보는 어디에나 있다는 사실이다.

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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