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필수품이 되다시피 한 휴대전화가 ‘설마’ 하는 운전자들의 부주의와 무감각 때문에 고귀한 생명을 빼앗는 ‘흉기’로 돌변하고 있다.
실제로 16일 울산에서는 휴대전화 때문에 발생한 교통사고로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어이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날 오후 9시경 울산 울주군 웅촌면 곡천리 국도에서 울산방향으로 승용차를 몰고가던 이모씨(36)는 때마침 울리는 휴대전화에 아무 생각없이 손을 뻗었다. 왼손으로는 핸들을 잡고 오른손으로 휴대전화의 덮개를 여는 순간 갑자기 오른쪽으로 휘어진 길이 나타났다.
당황한 이씨는 황급히 핸들을 꺽었으나 승용차는 이미 중앙선을 넘은 상태였고 결국 마주오던 승용차와 정면충돌했다.
이 사고로 이씨는 중상을 입었지만 뜻하지 않게 이씨의 차와 충돌한 승용차의 운전자 이모씨(41·여)는 생명을 잃고 말았다.
사고를 낸 이씨는 경찰에서 “휴대전화를 안받았다면 일어날래 일어날 수 없는 사고였다”며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2월말 현재 국내의 휴대전화 가입자는 2400만대로 인구대비 보급률은 세계 6위. 이처럼 휴대전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휴대전화로 인한 교통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 휴대전화가 사고원인이 된 교통사고는 242건으로 98년 상반기의 119건에 두배 이상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같은 사고건수는 운전자가 손해보험회사에 신고한 것에 불과해 신고되지 않은 사고까지 포함하면 휴대전화로 인한 교통사고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손해보험협회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의 성인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21.5%가 자신이나 상대방 운전자의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 때문에 교통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98.5%는 운전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교통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고 답했으며 이는 통화에 신경을 쓰게 돼 운전집중력이 떨어지고 핸들조작 등이 부자연스럽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제는 운전자들이 휴대전화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운전중에 휴대전화가 울릴 경우 당연한 것처럼 습관적으로 전화를 받는 데 있다.
일선 교통경찰관들은 “도로에서 교통단속을 하다보면 휴대전화를 받는 운전자들이 차를 갈지자로 아슬아슬하게 운전하는 경우가 자주 목격된다”며 “음주운전 못지 않게 위험하기 때문에 규제할 수 있는 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휴대전화로 인한 교통사고가 빈발하자 경찰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같은 주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을 단속하기 시작한 일본에서 단속이후 휴대전화로 인한 교통사고가 75%나 급감한 사실이 알려지며 더욱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일본의 경우 휴대전화로 인한 교통사고가 단속 전인 10월에는 244건이었으나 11월에는 62건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경찰청도 올 상반기중에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마련해 올 정기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일본에 이어 홍콩이 빠르면 다음달부터 운전자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등 외국의 경우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나라가 점차 늘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도 교통사고의 주요원인인 운전중의 휴대전화 사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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