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200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연예 매니지먼트사가 3월말 출범할 예정이어서 방송사-연예 매니지먼트사 간의 헤게모니에 일대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영화계의 젊은 실력자로 떠오른 ‘우노 필름’ 차승재 대표와 연예 매니지먼트계의 ‘빅3’ 중 한 명으로 꼽히는 ‘EBM 기획’의 정훈탁 대표가 이달 말 설립하는 ‘로커스 엔터테인먼트’(가제). 차대표는 ‘비트’ ‘8월의 크리스마스’ ‘태양은 없다’ ‘유령’ 등 1997년 이후 줄곧 화제작을 내 온 영화계의 히트메이커. 정대표는 영화배우 겸 탤런트 박신양 정우성 장혁 전지현, 그룹 ‘god’ 등을 스타로 키워낸 매니지먼트의 귀재. 특히 차대표의 실력을 높이 산 한 대기업에서 상당액을 출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커스…’ 측은 사외 인사를 대표이사로 영입을 추진 중이고, 올해 중 코스닥 상장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로커스…’와 계약을 마친 연예인은 단일 기획사로는 최대 규모인 30명 선. 정우성 등 ‘EBM 기획’ 소속의 연예인은 물론, 김혜수 전도연 김승우 최지우 차태현 설경구 등 스타급 연기자들도 합류한다. 최근에는 개그맨 남희석 이휘재 유재석 등도 계약을 마쳤다. ‘로커스…’ 측은 조만간 ‘H.O.T.’와 ‘S.E.S.’를 스타로 키워냈던 정해익 전 ‘SM 기획’ 대표이사를 영입해 가요 매니지먼트 부문도 강화키로 했다.
이같은 초대형 연예 매니지먼트사의 출현은 방송사에 쏠려있는 ‘무게 중심’이 ‘연예 컨텐츠 공급자’로 이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로커스…’가 확보한 김혜수 등 몇몇 연예인의 1년 평균 ‘매출액’이 10억원임을 고려할 때 이 회사의 연간 매출액은 300억∼4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될 경우 방송사- 매니지먼트사 간의 역학관계가 역전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SBS의 한 PD는 “이 경우 연기자 쪽에서 오히려 자신의 캐릭터에 맞는 방송사의 특정 PD를 선정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KBS의 한 책임PD는 “ ‘로커스…’ 가 보유한 인력이면 현재의 방송사 출연료 제한선(회당 300만원 정도)을 뛰어넘어 특정 프로의 CF 1∼2회 출연료에 해당하는 금액(1000만원 이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MBC의 한 드라마PD는 “‘스타시스템’을 더욱 부채질해 겹치기 출연 등으로 프로의 질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대표는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돼 온 연예 매니지먼트의 관행을 바꿔보자는 것”이라며 “방송사의 합리적인 대응을 기대한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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