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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오태석 대표작 「胎」런던무대 성공적 데뷔

입력 | 1999-05-12 19:34:00


영국에 유학중인 무명의 여성이 우리시대 간판연극인 오태석의 작품을 런던무대에 올렸다. 오태석의 작품이 미국 일본에서 공연된 적은 있지만 한국의 어떤 작품도 아직 일반 관객을 상대로 영국 무대에 올려진 적은 없다.

주인공은 런던 미들섹스대학에서 연극연출 석사과정(MFA)을 밟고 있는 이진아(34).

그는 지난달 26일부터 일주일간 1백여석 규모의 런던 다이오라마 아트센터에서 오태석의 초기대표작인 ‘태(胎)’를 ‘Umbilical Cord(태)’라는 제목으로 공연했다. 10여명의 서양 각국 배우들이 출연했고 객석은 연일 만원이었다.

“일본 연출자 니나가와가 세계 정상급인 런던 바비칸극장에서 일본연극을 공연하는 것을 보고 우리 연극도 영국관객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이진아가 왜 기획 연출 진행을 도맡으며 감히 국내 연극인 누구도 도전하지 않았던 모험을 감행했는지 이유를 알듯한 설명이다.

“올해 7월 졸업 전에 보란듯이 우리 연극을 런던 한복판에서 올리고 싶다고 2년전부터 오선생에게 간청했죠. 선생은 장고 끝에 ‘태’를 허락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이 때부터 난관에 부닥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희곡을 받고나니 토속적 언어, 전통적 몸짓과 연출을 고집해온 오태석의 세계를 외국배우들이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 보통 고민이 아니었어요”

결국 그는 유럽에서 6, 7년전부터 주목받고 있는 ‘피지컬 시어터(Physical Theater)’를 오태석 연극에 접목시키로 했다. 문학적 연극보다는 ‘몸의 연극’으로 가기로 한 것. 전통의 현대적 해석을 시도해온 현대무용가 안애순의 안무를 통해 대사를 극도로 자제하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그의 발목을 끈질기게 붙잡은 것은 역시 돈이었다. 달랑 7백만원 갖고 런던에서, 그것도 각국에서 모여든 중견배우들을 이끌고 공연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했다. 배우들에게도 모두 한복을 입히려 했으나 결국 아랫도리만 한복으로 처리하고 윗도리는 런던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티셔츠에 일일이 물감으로 칠해 한복 분위기를 냈다.

“그렇게 해서 결국 보조석까지 관객으로 메우고 나니 교포들이 ‘독한X’이라고 하더군요.”

그는 한국 연극의 세계 진출가능성을 범세계적이면서도 독특한 ‘정(情)’의 미학에서 발견했다고 했다.

“연습하면서 배우들에게 세조의 왕위찬탈을 그린 작품이라고 했더니 다들 셰익스피어의 변종쯤으로 생각했죠. 하지만 나중에는 끝을 알 수없는 감성의 한국연극에 이끌렸다고 했어요.”

올 가을에는 3백여석 규모의 중극장인 런던의 ‘Young Vic’에서 오태석의 신작으로 2차공연을 시도한다. 그의 도전은 어디까지 계속될까.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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