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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스포츠

[단독]수영 국가대표 김혜진이 말하는 中선수 폭행 사건의 전말

입력 2018-08-24 14:52업데이트 2018-11-2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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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 출전 중인 한국 수영 국가대표 김혜진(24·전북체육회)에게 23일은 잊고 싶은 날로 기억될 것이다. 이날 2개 종목 출전을 앞두고 이른 아침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수영장에서 훈련을 하던 김혜진은 중국 수영 대표선수 션둬(21)와 훈련 중 부딪힌 뒤 상대 선수에게 폭행까지 당했다.

션둬는 2014 인천 아시아경기 자유형 개인(100m, 200m)·단체전(4×100, 4×200m) 4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유명선수. 이번 대회에서도 자유형 단체전(4×200m)에 출전해 대회 신기록을 합작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반면 션둬와 불미스런 일이 생긴 뒤 이날 시합에 출전한 김혜진은 주 종목인 평영 50m에서 예선탈락을, 혼영(4×100m) 단체전에서 3위로 골인했으나 실격판정을 받았다. 24일 대한체육회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가해 중국 선수에 대한 징계요청 내용 등을 담은 공식 항의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혜진과의 일문일답.

―당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그날(23일) 평영 50m 개인전, 여자 혼영 4×100m 시합이 예정돼 있었다. 예선 전에 4번 레인에서 순서에 맞춰 출발해 평영으로 몸을 풀고 있었다. 약 25m 지점을 가고 있었는데 뒤쫓아 오던 중국 선수의 가슴에 내 발이 부딪힌 것 같았다. 멈춰 서서 ‘미안하다’고 했다. 시합 전에 선수들이 한꺼번에 모이는 수영장에서 흔히 있는 일이고, 그런 경험이 여러 번 있다. 아무래도 평영보다 자유형이 빠르니. 보통 미안하다 이야기하고 각자 훈련을 한다.”


―상황이 커졌다.

“맞다. 상대 선수가 내 수영모의 태극마크를 보고 영어로 ‘코리안?’이라고 묻더니 ‘굿, 굿’이라고 하더라.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나도 ‘굿’이라고만 하고 50m 지점으로 향했다. 거의 다 와 가는데 뒤에서 누군가 내 왼발을 ‘손톱으로 긁었다’는 느낌이 들게 확 잡아채더라. 손톱자국이 생기고 벌개졌을 정도였다. 놀라서 휘청거리고 섰는데 그 선수였다. 중국어로 뭐라고 하더니 갑자기 물속에서 발로 내 배를 두 차례 걷어찼다.”

―당황스러웠겠다.

“당연하다. 시합을 앞둔 상황서 별 이유도 없이 맞았는데 얼마나 당황스러웠겠는가. 나도 사람인지라 화도 났다. ‘같이 때릴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참았다. 이곳에 오기 전에 대한체육회로부터 ‘폭력’에 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욕도 폭력이라는 생각으로 다른 사람에게 스포츠맨십에 어긋난 행위를 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문득 그 생각이 들었다. 눈물이 울컥 났지만 참았다. 나도 폭력을 쓰면 같은 사람이 되는 게 아닌가.”

―이후 상황은 어땠나.

“중국 선수가 씩씩거리며 대만, 홍콩 등 말이 통하는 선수들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더니 자리를 떴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자기는 잘못이 없다’는 듯 느껴졌고 불쾌했다. 현장에서 중국 선수단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이 상황을 보신 김일파 대한수영연맹 부회장님이 달려와 중국 선수단을 찾아가 강하게 항의를 하신 걸로 안다.”
김혜진 폭행한 중국선수 션둬

―중국측이 사과하러 왔나.

“나중에 해당 선수와 중국 NOC직원들이 찾아와 사과하러 왔다고 했다. 하지만 멘털이 무너져 오전 평영 예선에서 떨어진 비참한 상황이었다. 오랜 시간동안 이 자리에 서기 위해 노력했던 게 황당하게 물거품이 된 거 아닌가. 가해 선수가 단순히 사과 한마디로 넘어가면 안 될 상황이라 판단했다.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다. 오후에 혼영 시합 때 마음을 다잡고 유종의 미를 거두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결과(기록은 3위였으나 실격판정)가 너무 아쉽게 됐다. 여러모로 슬픈 하루가 됐다.”

―어떤 조치를 원하는가.

“해당 선수는 스포츠맨십에 어긋난 행위를 한 거다. ‘그 선수 때문에 메달을 놓쳤다’ 이런 말은 않겠다. 하지만 선수로서 개인 기록을 세워보고 싶던 소박한 목표까지 지장 받은 건 사실이다. 상대 선수는 이번과 같은 물의를 빚은 게 처음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동료 선수들로부터 들었다. 비신사적 행위를 한 선수에 대한 대회 차원의 합당한 징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을 거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번 아시아경기 때의 일이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분명한 목표도 생겼다. 이 악물고 더 열심히 훈련해서 내년 세계선수권 등 대회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구타 당한 선수가 아닌 기량 있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자카르타=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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