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여자 사브르 대표팀 최세빈(24)은 4일 2024 파리 올림픽 우크라이나와의 단체전 결승을 앞두고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여자 사브르 대표 선수들은 2021 도쿄 올림픽 동메달 멤버였던 맏언니 윤지수(31)만 빼고 최세빈, 전은혜(27), 전하영(23) 모두 올림픽이 처음이었다.
역시 올림픽 데뷔전이었던 이번 대회에서 한국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올림픽 단체전 3연패를 도운 박상원(24)은 동갑내기 최세빈에게 “세빈아, 너는 이제 위에 올라가서 돌면(미치면) 돼. 그렇게 하면 여자 사브르도 진짜 할 수 있어”라고 응원을 보냈다. 여자 대표팀마저 우승했다면 한국은 올림픽 펜싱 역사상 처음으로 같은 나라에서 남녀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가져가는 기록을 남길 수도 있었다.
남자 사브르 팀의 기운을 받은 ‘올림픽 초짜 트리오’는 거칠 것이 없었다. 이들은 결승 마지막 9라운드를 시작할 때만 해도 상대 팀 우크라이나에 40-37로 앞서 있었다. 다만 단체전 내내 ‘마무리 투수’로 나서 한국에 승리를 선물하던 전하영이 상대 ‘에이스’ 올가 하를란(34)에게 42-45 역전을 허용하면서 한국은 결국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은메달 역시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이 올림픽 단체전에서 기록한 역대 최고 성적이다. 은메달을 목에 건 최세빈은 “저희 다 돈 것 같다”며 웃었다.
이번 은메달이 더욱 고무적인 건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이 세대교체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3년 전 도쿄 대회 때 동메달을 땄는데 당시 대표팀 ‘막내’였던 윤지수 한 명만이 ‘맏언니’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하지만 윤지수는 국제무대에 많이 노출된 자신보다 후보 선수였던 전은혜가 출전하는 게 결승 진출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자진해서 경기에서 빠졌다. 준결승에서 빠진 윤지수는 한번 교체된 선수는 이후 경기에 나설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결승에도 나서지 못했다.
준결승 때 주장 윤지수의 교체 선수로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전은혜는 안방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은 펜싱 종주국 프랑스 선수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한국 여자 사브르 역사상 첫 올림픽 단체전 결승 진출에 힘을 보탰다. 전은혜는 “언니가 ‘네가 들어가면 좋겠다’고 먼저 얘기해줘 정말 고마웠다. 그만큼 저를 믿고 신뢰한다는 뜻이지 않나. 4년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려고 이번에 은메달을 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라운드 역전을 허용한 전하영 역시 밝게 웃었다. 전하영은 “베테랑 올가 선수에게 대범함이나 침착함에서 많이 밀렸다. 그래도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경기였다. 4년 뒤에는 더 성장해 금메달을 따겠다”고 말했다. 한국을 꺾은 우크라이나 대표팀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고 있는 조국에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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