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훈 6개 구단 취재차 17일 출국
“1차 캠프 때까지는 감독도 재밌어
시범경기 팀구성부터 머리 아플것”

김 전 감독은 최근 전화 통화에서 ‘감독 시절보다는 출장길 발걸음이 가벼울 것 같다’는 말에 “1차 캠프 때까지는 감독도 재미있다”면서 “고민은 시범경기 때부터 시작이다. 팀을 구성하려면 감독들 머리가 많이 아플 것”이라며 웃었다.
2015년부터 두산 지휘봉을 잡았던 김 전 감독은 2021년까지 7년 연속으로 팀을 한국시리즈 무대로 이끌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은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중 세 번(2015, 2016, 2019년)은 정상까지 차지하면서 김 전 감독은 두산의 한국시리즈 통산 우승 횟수를 3회에서 두 배로 늘려 놓았다.
“감독들 스트레스는 성적이 좋든 나쁘든 거의 똑같다. 워낙 ‘내 생활’이라는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간 성적이 계속 났으니 난 다른 감독들에 비하면 행복했던 거다. 길 가다 ‘야구나 똑바로 해라’ 이런 소리를 들었다는 감독도 있는데 두산 팬들은 성적이 안 좋을 때도 ‘수고했어요’ 하시고 마는 편이라 난 그런 일은 안 겪어봤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명장’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쳤다. 그는 “‘김태형이 두산을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시켰다’ 이건 아닌 것 같다. 내 기록이 아니라 두산의 기록이다”라면서 “게다가 다 지나간 일이다. 유니폼 벗은 뒤에도 그런 얘기를 하는 건 ‘옛날에 우리 3층짜리 집 살았어’ 하고 자랑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프로야구 감독은 과거에 어떤 성과를 냈던 한 해만 성적이 나빠도 자리를 내놓는 일이 다반사다. ‘감독이라는 자리는 늘 새드엔딩으로 끝나는데 섭섭하지 않냐’는 말에 그는 “감독은 야구인으로서 최고의 자리고, 모두가 꿈꾸는 자리”라면서 “딱 1년 만에 경질된다고 해도 ‘감독을 한 걸 후회한다’는 야구인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접전 상황이거나, 이기고 있다가 질 때 감독이 받는 스트레스는 말로 다 못 할 정도다. 왜 그렇게 스트레스가 심할까 생각해보면 ‘누가 못해서 졌다’ 이런 게 안 나오기 때문인 거다. 경기에서 지는 건 무조건 감독 책임이다. 성적이 안 나오면 감독이 책임 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고는 “올해는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게 야구를 볼 것 같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