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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스포츠

[단독]이해할 수 없는 배구협회의 여자 대표팀 볼 트레이너 채용[강홍구의 터치네트]

입력 2022-08-17 10:20업데이트 2022-08-1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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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1일 진천선수촌에 소집됐다. 다음달 23일부터 네덜란드, 폴란드에서 열리는 2022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선수권을 위한 담금질에 돌입했다. 지난달 끝난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12전 전패로 최하위에 그친 한국은 세계선수권을 통해 그동안 잃었던 랭킹포인트를 최대한 만회하겠다는 각오다. 대한민국배구협회도 지난달 대표팀 지도자 및 지원인력을 공개모집하는 등 지원 사격에 나섰다.


그런데 대표팀에 새로 합류한 스태프 중에 예기치 못한 이름이 있다. 바로 볼 트레이너로 합류한 A다. 볼 트레이너는 쉽게 말해 선수들의 훈련 시 공을 때리는 역할을 말한다. 특히 높이와 파워가 뛰어난 외국팀 공격수에 대비하기 위해 주로 남자 트레이너들이 맡곤 한다. 이번에 선발된 A도 1일부터 대표팀에 합류해 선수들과 함께 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다. 출국 전까지 훈련에 동행할 전망이다.

그런데 A의 이름을 들은 배구계 관계자들은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바로 과거 남자부에서 선수로 뛰다 무단이탈 끝에 은퇴를 선언한 그의 이력 때문. 2019~2020시즌 프로 무대에 데뷔한 A는 한때 좋은 기량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채 한 시즌도 지나지 않아 단체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스스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 과정에서 그가 선수단 숙소를 무단이탈한 사실이 드러났다. 동료, 코칭스태프들과도 관계가 껄끄러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A는 원 소속구단으로 복귀를 시도했지만 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임의탈퇴 처리 끝에 지난해 자유 신분선수로 풀어줬다. 최근에는 군 복무를 마치고 진로를 고민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채용을 주관한 협회는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당시 A가 한국배구연맹(KOVO)으로부터 징계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협회 관계자는 “무단이탈을 했더라도 어떤 사유로 이탈을 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규정은 다소 다른 이야기를 한다. 협회의 정관 제26조(임원의 결격사유) 7항에는 ‘사회적 물의, 체육회와 체육회 관계단체로부터 징계는 받지 않았지만 임원의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유사 행위 등 그 밖의 적당하지 않은 사유가 있는 사람’이라고 명시돼 있다. 협회의 국가대표 선발 및 규정 제 11조(결격사유) 11항에도 ‘지도자 임무를 원만히 수행할 수 없거나 선수지도에 태만 혹은 지도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자. 단 이에 대한 확정은 협회 이사회에서 한다’라고 쓰여 있다.


현장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프로팀 감독은 “그 어느 곳보다 질서와 기강이 중요한 곳이 대표팀”이라며 “아무리 지나간 일이라 하더라도 단체생활에서 이슈가 있었던 트레이너를 대표팀에서 함께하게 하는 건 솔직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른 프로팀 감독은 대표팀 스태프에게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도 했다. 협회의 결정이 이해되지 않아서였을까. 현장에서는 “A가 아닌 (A와) 동명이인이 채용됐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떠돌기도 했다.

납득할 수 없는 협회의 설명은 이뿐만이 아니다. A의 경우 기존에 공고를 낸 볼 트레이너 외에 협회에서 자체 비용을 대 추가로 선발한 지원인력이기 때문에 기존 규정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설령 단기간만 활동하는 임시 지원인력이라 하더라도 정해진 규정에 따라 선발하는 것이 옳다. 계속된 문의에 협회 관계자는 “볼 트레이너의 수급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만회의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 기회가 국가를 대표해서 뛰는 자리인 대표팀에서 주어져야 하는가에 대해선 의문이 따른다. 더구나 그 과정에서 스스로 정해놓은 규정마저 져버린다면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지금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선수단에 행여 부담을 주는 건 아닌지 협회 스스로가 살필 필요가 있다.

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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