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공유
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스포츠

바깥 넘봐 ‘홈런 회춘’… 32호 압도적 선두 36세 박병호

입력 2022-08-10 03:00업데이트 2022-08-10 05:50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2015년엔 53개 중 몸쪽 때려 16개…올해는 바깥쪽이 18개, 절반 넘어
나이 탓 어쩔수 없이 배트 스피드↓…몸쪽 공 약해져 2년간 슬럼프 겪다 바깥 공 당겨치며 깜짝 ‘제2 전성기’
박병호가 3일 NC와의 창원 방문경기에서 바깥쪽 낮은 코스로 들어온 공을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시즌 31호 홈런을 날리고 있다. 박병호는 다음 타석에서도 비슷한 코스로 들어온 공을 가운데 담장으로 넘기는 시즌 32호포로 연결하는 등 바깥쪽 공을 당겨쳐 홈런을 만들어내고 있다. KT 제공
LG 시절 등번호 25번을 달았던 박병호(36·KT)는 2011년 넥센(현 키움)으로 트레이드된 뒤 등번호를 52번으로 뒤집었다. 박병호는 그러고 나서야 성남고 시절 한국 고교야구 역사상 첫 4연타석 홈런을 날리면서 받았던 기대를 현실로 만들었다. 최근 2년 동안 슬럼프에 시달렸던 박병호가 올해 프로야구 홈런왕 자리를 굳혀 가는 원동력 역시 ‘뒤집기’다.

넥센 시절 박병호의 트레이드마크는 상체를 뒤로 크게 젖혀 때리는 ‘누워 치기’ 자세였다. 이 자세 덕에 박병호는 몸쪽 공에 강점을 드러냈다. 2015년 박병호는 전체 홈런 53개 가운데 16개(30.2%)를 몸쪽 공을 때려 만들어냈다.

올해는 전체 홈런 32개 가운데 몸쪽 공을 날려 만든 타구는 3개밖에 되지 않는다. 그 대신 바깥쪽 코스를 노려 홈런 18개(56.3%)를 날렸다. 그런데도 왼쪽 또는 좌중간으로 날아간 홈런 비율은 2015년(49.1%)보다 올해(67.7%)가 더 높다. 몸쪽 공 대처 1인자에서 ‘바깥쪽 공을 당겨 치는 타자’로 변신한 것이다. 타율도 바깥쪽(0.330) 코스를 때렸을 때가 몸쪽(0.204)보다 높다.

지난 두 시즌 합계 타율 0.226에 그쳤던 박병호는 “많은 좌절도 했었고 ‘에이징 커브’(나이가 들면서 기량이 떨어지는 구간)에 들어섰다는 얘기도 들었다.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느낌도 들고 성적도 나아지지 않아 ‘신체 능력이 정말 떨어진 건가’ 하는 생각에 자신감이 떨어져 힘든 날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런 박병호의 방망이에 불이 붙게 만든 건 KT 데이터 팀의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KT로 옮긴 박병호는 “데이터 팀에서 지난 2년간 성적은 부진했지만 강한 타구를 만드는 수치는 떨어지지 않았다”면서 “공을 띄워 보내는 데 집중하자고 하더라. 그 하나만 생각하면서 (시즌을) 준비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는 타격 타이밍이 빠르면 땅볼이 되고 늦으면 뜬공이 된다. 그리고 구속이 같을 때 타자들은 몸쪽 공보다 바깥쪽 공이 느리다고 느낀다. 그 사이에서 배트 스피드가 떨어진 박병호가 찾은 해법이 바로 바깥쪽 공을 당겨 쳐 뜬공을 만드는 것이다.

효과는 만점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통계 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박병호의 올 시즌 평균 타구 속도는 시속 141.7km로 리그 5위다. 공이 뜰 뿐 아니라 빠르게 날아가는 것이다. 빠르게 날아간 뜬공은 홈런이 된다.

현재 평균 타구 속도 1위(시속 145.4km)는 ‘잠실 빅보이’ LG 이재원(23·홈런 13개)이다. 이재원은 박병호를 동경해 서울고 재학 시절부터 등번호 52번을 달고 뛴다. 같은 팀에서 뛴 적은 없지만 박병호는 과거 자신과 닮은 이재원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박병호는 “이재원에게 ‘한국 야구에서 너보다 강한 타구를 만들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3할 타율을 치려 생각하지 말고 삼진을 당해도 당당해라. 3할 타율은 다른 선수들이 잘해 줄 테니 삼진 걱정 말고 자신 있게 돌리면 1점이 아니라 더 많은 점수를 내줄 수 있는 타자가 될 것’이라고 조언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자신을 닮고 싶어 하는 후배에게 건넨 조언이었지만 어쩌면 박병호가 자기 자신에게 건넨 말은 아니었을까. 박병호는 올해 삼진도 108개로 1위지만 더 이상 ‘그래서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스포츠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