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순위→야구 포기→31세에 빅리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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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휴스턴 지명 투수 마크 어펠, 잇단 부상에 2018년 은퇴도 했지만
작년 돌아와 올해 트리플A서 맹위…9년 만에 필라델피아 1군 첫 콜업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 9년 만에 메이저리그에 콜업된 필라델피아 구원투수 마크 어펠(왼쪽에서 두 번째)이 26일 
필라델피아-샌디에이고 경기가 열린 샌디에이고 안방구장 펫코파크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받고 있다. 샌디에이고=AP 뉴시스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 9년 만에 메이저리그에 콜업된 필라델피아 구원투수 마크 어펠(왼쪽에서 두 번째)이 26일 필라델피아-샌디에이고 경기가 열린 샌디에이고 안방구장 펫코파크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받고 있다. 샌디에이고=AP 뉴시스
“나를 ‘희대의 망작(the biggest draft bust)’이라고 부르고 싶다면 그렇게 불러도 좋다.”

2013년 메이저리그(MLB)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였던 마크 어펠(31·필라델피아)은 2018년 야구를 떠나며 이렇게 말했다. 그때까지 한 번도 MLB 무대를 밟지 못한 상태였다. 필라델피아가 샌디에이고 방문경기에서 4-2 승리를 거둔 26일까지도 어펠의 MLB 경력은 제로(0)다. 단, 비행 일정이 꼬이지만 않았다면 그는 이미 MLB 데뷔전을 치렀을 것이다.

어펠은 스탠퍼드대 3학년이던 2012년에도 전체 8순위로 지명받을 만큼 실력을 인정받던 오른손 투수 유망주였다. 그러나 프로 데뷔 첫해에는 한 번도 싱글A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4년에는 더블A, 2015년에는 트리플A까지 올랐지만 MLB 문턱은 높기만 했다. 어펠을 1순위로 지명했던 휴스턴은 2016년을 앞두고 그를 필라델피아로 트레이드했다.

2016년에도 어깨 통증에 시달렸고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2017년에는 40인 로스터에서도 빠졌다. 2018년을 다시 재활로 시작해야 하는 신세가 되자 그는 야구를 떠났다.

이후 대학 전공(공학)을 살려 다른 길을 찾던 그에게 ‘나는 재활을 싫어했을 뿐 야구는 정말 사랑했구나’라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지난해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3년 만에 야구장으로 돌아온 그는 올해 트리플A에서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61로 맹활약했다. 그리고 25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MLB 콜업 소식을 들었다.

MLB 구장으로 향하는 길도 쉽지 않았다. 어펠은 원래 뉴저지를 출발해 샌디에이고에 도착하는 직항 노선을 탈 예정이었지만 운항이 취소됐다. 결국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해 예정보다 3시간 늦은 오후 4시가 돼서야 구장에 도착했다. 방문팀 감독 사무실에서 계약을 마친 그는 전체 1순위 지명 이후 3306일 그리고 1번의 비행 취소 끝에 드디어 자신의 이름이 적힌 MLB 유니폼을 받아들었다.

MLB 역사상 전체 1순위 지명을 받고도 한 번도 MLB 무대를 밟지 못한 건 스티븐 칠콧(1966년), 브라이언 테일러(1991년) 그리고 어펠 등 세 명뿐이다. 어펠은 이제 이 명단에서 자기 이름을 지울 준비를 마쳤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메이저리그#마크 어펠#필라델피아 1군 첫 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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