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비디오 판독이 절실했던 오심, 그 순간[강홍구의 터치네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6일 10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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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022시즌 프로배구 남자부가 역대급 순위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바뀌는 건 물론, 매 경기 승점도 모자라 세트 득실률까지 따져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종이 한 장 차’ 치열한 순위싸움에 팬들의 즐거움도 날로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5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금융그룹과 삼성화재의 경기도 남자부 순위싸움에 걸맞은 치열한 승부가 이어졌습니다. 전날까지 승점 1점 차 5위였던 OK금융그룹(승점 18)과 6위 삼성화재(승점 17)로선 중위권 도약을 위해 절대 놓칠 수 없는 경기였습니다. 실제로 1,2세트를 내준 OK금융그룹이 3,4,5세트를 내리 따내면서 3-2(17-25, 20-25, 25-20, 25-23, 15-11) 극적인 역전승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이날 명승부에서 아쉬운 오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상황은 이렇습니다. 삼성화재가 세트스코어 2-1로 앞선 4세트 20-20 승부처에서 외국인 선수 러셀의 회심의 오픈 공격이 OK금융그룹 코트 끝을 향합니다. 선심의 라인 아웃 수신호와 함께 주심이 OK금융그룹의 득점을 선언합니다.

실제 결과는 어땠을까요.

4세트 20-20 승부처에서 삼성화재 러셀의 오픈 공격이 OK금융그룹 코트 안에 떨어졌지만 주심은 라인아웃을 선언했다. 출처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4세트 20-20 승부처에서 삼성화재 러셀의 오픈 공격이 OK금융그룹 코트 안에 떨어졌지만 주심은 라인아웃을 선언했다. 출처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보시는 대로입니다. 중계방송사의 리플레이 화면에 잡힌 공은 명백히 OK금융그룹의 코트 안쪽에 찍혀있습니다. 명백한 오심입니다. 그러나 4세트 앞서 이미 비디오판독 기회를 써버린 삼성화재로선 더 이상 판독을 요청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구제 방법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배구연맹(KOVO)은 올 시즌부터 ‘주심 요청에 의한 셀프 비디오 판독’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끄럽고 원활한 리그 운영을 위해서”라는 게 도입 당시 연맹의 설명입니다. 더구나 주심의 셀프비디오판독은 팀의 판독요청과 달리 횟수에 제한이 없습니다. 당시 러셀 또한 주심을 향해 셀프 비디오판독을 요청하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합니다.

삼성화재로선 억울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법한 상황입니다. 공교롭게도 판독을 뒤집지 못한 삼성화재는 4세트를 내줬고 5세트마저 내주면서 패배합니다. 실제로 일부 팬들 사이에선 “승패가 뒤바뀌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결정적이었다”는 원성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물론 이 오심 하나가 경기 결과와 직결됐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이고, 심판도 사람인 이상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걸 부인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그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연맹이 도입한 ‘셀프 비디오 판독’ 제도를 활용하지 않은 건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만든 제도가 아니던가요?

“논란의 순간 팀 입장에선 억울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100% 완벽한 판정이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올 시즌 팬, 구단 모두에게 호평을 받는 셀프 비디오 판독을 진행해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삼성화재 관계자의 이야기입니다. 2시간 19분 동안 팽팽한 승부가 이어온 멋진 경기였기에 이 오심 하나가 더욱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깁니다.

시즌 내내 치열한 순위다툼이 벌어질 올 시즌에는 이 같은 판정 논란의 여파가 더욱 커질지 모릅니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매끄럽고 원활한 리그 운영’을 기대해봅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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