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첫 우승 이끌고 ‘박수칠 때 은퇴’한 KT 유한준이 전하고 싶었던 말 [김배중 기자의 핫코너]

김배중 기자 입력 2021-11-25 14:02수정 2021-11-2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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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T의 창단 첫 통합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운 유한준(40)은 24일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KT 우승 다음날인 19일. 유한준, 박경수 두 베테랑의 역할을 조명하기 위한 기사(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1119/110340994/1)를 준비하며 유한준과 인터뷰를 했다. 지면기사에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없었지만 허심탄회하게 많은 이야기를 했다. 당시 은퇴여부에 대해 “가족, 구단 등 여러 사람들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결정 하겠다”고 말했지만 대화 도중 무심코 ‘현역시절에…’ ‘제가 없어도…’라는 표현을 쓸 때 이미 은퇴를 결심한 사람 같았다. 팀원, 그리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있던 그의 은퇴 5일전 말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24일 KT 자체 유튜브 채널인 ‘위즈TV’를 통해 현역 은퇴 소식을 전한 유한준.


―우승 축하드린다. 소감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우승을 못 해보고 유니폼을 벗는 선수들도 부지기수라 ‘우승 못하고 은퇴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 한국시리즈(KS) 무대에 섰을 때 진짜, 정말로 절실했다. (한국나이)마흔 하나에 우승이라니…. 우리 팀 후배들이 큰 선물을 해준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어제는 정말 꿈같은 하루였다. 다른 선수들이 기쁠 때 ‘말로 표현을 못하겠다’는 말을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지금 내 기분이 딱 그렇다. 기쁜데, 이걸 말로 표현을 못하겠다. 하하.”

―팀에 ‘KS 경험’(2014년)이 있는 몇 안 되는 선수였다. KS를 앞두고 조언해준 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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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에게 KS를 앞뒀다고 따로 특별한 이야기를 해준 부분은 없었다. 부담 될까봐. 정규시즌 최종경기(순위결정전)에서 상대팀과 부담감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선수들에게 자신감이 생겼다는 걸 느꼈다. 그렇기에 더 해줄 말이 없었다.”

―언제 ‘우승’이라는 단어가 구체적으로 와닿았나.

“올 시즌 지명타자였기에 그라운드에서 (경기에 집중하며) 상대만 바라봤던 선수들과 달리 더그아웃에서 경기 전체를 볼 수 있었다. 첫 확신이 들었던 때는 6월이다. 마운드 전체가 안정감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소위 ‘이길 줄 아는’ 경기를 하기 시작하더니 1위에 올라 그 자리를 며칠 동안 지키고 그랬다. 이때 팀이 정말 강해졌다는 생각과 함께 처음으로 ‘우승할 자격을 갖췄다’는 확신이 생겼다. 4개월 뒤 그 확신은 더 강해졌다. 10월 말에 (삼성에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위기가 찾아왔지 않나. 우리가 준비가 덜 됐다면 무너졌을 거다. 하지만 힘든 순간을 후배들이 극복했다. 순위결정전을 승리(1-0)하는 모습을 보며 아무도 못 막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 못한 시리즈 스코어(4승 무패)로 우승해 놀랐지만 후배들이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었을 때라 못할 것도 없었다.

홈런을 친 뒤 팬들에게 손을 흔드는 ‘감사 세리머니’를 했던 유한준. KT 제공


―다른 전설들처럼 경기를 지배한 적은 안 많아도 항상 꾸준히 잘했다. 비결이 있나.

”은퇴하신 전설들과 비교해 ‘임팩트’가 부족했던 건 인정한다. 하하. 현역시절에 내가 뭘 잘할 수 있을까 이런 부분을 고민했던 때가 있었고 좋은 모습을 ‘꾸준히’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딱히 비결이라고 할 건 없었던 거 같다. 하나 꼽아보자면 웨이트 트레이닝에 소홀하지 않았다는 것? 나이가 들어서는 기술 훈련보다는 웨이트 훈련에 비중을 두고 트레이닝 룸 안에서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만의 야구관을 정립한 것도 도움이 됐던 것 같다. 프로생활 초반에는 경기에서 안타를 치면 그냥 ‘쳤나보다’ 하고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군 제대 후에는 안타 하나를 쳐도 어떤 순간에서 어떻게 대응을 해서 안타를 치게 됐는지를 꼭 복기해봤다. 그런 부분들이 쌓이며 (컨디션이 좋든 안 좋든) 좋은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정규시즌 마지막 10경기 임팩트(타율 0.385 2홈런 6타점)는 상당했다.


”이건 (이강철) 감독님 덕분이다. 하하. 나이가 들어 방망이도 밀리는 거 같고 힘들었는데 감독님께서 꾸준히 신뢰를 주며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배려해줘서 제 페이스를 찾을 수 있었다(2021시즌 타율 0.309). 나이 든 선수들은 안 좋을 때 많이 민감해지고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방출, 은퇴 이런 생각이 드니까. 그런 부분들이 있는데 믿어주시니까. 꼭 보답하고 싶었다. 정말이다.“

―우승 팀 징크스 같은 게 있다. 내년을 앞두고 이런 부분도 생각해야 할 텐데.


”KT에서 6시즌 동안 꼴찌도 해보고 산전수전 다 겪으며 선수들을 지켜봐왔기에 이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후배들이 우승 한 번 해봤다고 오만해지거나 나태해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내가 없어도 보장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시즌 막판에 팬들이 안방구장에 오실 수 있게 됐고 ‘은퇴금지’가 적힌 응원판을 들고 응원하는 팬들의 모습도 봤다. 누구를 향해 이런 메시지를 보내는지 당연히 안다(웃음). 이런 모습을 보며 정말 감사했고 마음이 뭉클해졌다. 마흔 하나인데…. 정말 행복한 선수였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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