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자라는 여자배구 막내 정지윤-박은진[강홍구의 터치네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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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무대 올림픽은 유망주들에게 도약의 발판이 되는 무대다.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경기가 열리는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도 성장의 자양분을 듬뿍 머금고 자라는 이들이 있다. 바로 여자배구 대표팀 막내 박은진(22·KGC인삼공사), 정지윤(20·현대건설)이다. 둘은 2018~2019시즌 신인드래프트 입단 동기다.

2일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세르비아전(0-3패)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두 선수는 밝은 표정이었다. 특히 마지막 경기를 남겨놓고 애초 목표로 삼았던 8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했다는 기쁨이 얼굴에 묻어났다. 박은진은 “처음 목표였던 8강 올라가게 돼 기쁘다. (8강에서) 어느 팀과 붙을지 모르겠지만 꼭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일본과의 승부(3-2 승)는 두고두고 회자될 명승부였다. 정지윤은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까지 축하가 다 왔다”며 웃고는 “배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주변 분들이 기뻐해주셔서 좋았다”고 말했다. SNS 등을 통해 하도 많은 메시지를 받은 나머지 선수단 사이에서는 사돈의 팔촌까지 연락이 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교체 선수로 주로 투입되고 있지만 웜업존에서 보는 경기 장면 하나하나가 두 선수에겐 생생한 교과서다. 박은진은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때만 해도 2군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VNL은 모두 정예멤버가 나온다. 팀들의 위력이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정지윤도 “올림픽은 우리가 쌓아온 모든 것들을 보여줘야 하는 대회”라고 했다.

인상적인 해외 선수로는 박은진은 터키의 센터 에다 에르뎀(34), 정지윤은 브라질의 라이트 탄다라 카이세타(33), 레프트 브라가 구이마레스 가브리엘(27) 등을 꼽았다. 박은진은 “같은 포지션의 선수다보니 제가 보완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보면서 알게 됐다”, 정지윤은 “왜 세계적인 공격수인지를 알 것 같다”는 소감이다.

특히 일본의 차세대 에이스 이시카와 마유(21)의 활약은 두 선수에게도 자극이 됐다. 어려서부터 국제대회에서 이시카와를 봐왔다는 정지윤은 “고등학생 때부터 일본에서 손꼽히는 레프트라고 들었다. 또래들에 비해 기술과 수비도 좋았다. 성인이 되서 보니 센스도 책임감도 많이 늘어난 모습”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선수촌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없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 축제에 선 20대 초반 두 선수의 얼굴이 밝게 빛났다. 더 밝은 내일을 기대하게 했다.


도쿄=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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