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제 럭비 2연패 피지 “14달러짜리 지폐 발행”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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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올림픽 효자종목 살펴보니
리우 금메달땐 7달러 지폐 선봬… 초대 챔피언 이후 럭비에 큰 자긍심
中, 탁구 金 87.5%로 독점률 1위… 美 농구-러 리듬체조-韓 양궁 順
에티오피아-자메이카, 육상서만 金… 각각 장-단거리로 특화돼 눈길

남태평양 섬나라 피지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7인제 럭비 우승으로 올림픽 출전 60년 만에 첫 메달을 따냈다. 이 나라 중앙은행인 피지준비은행은 이를 기념하는 차원에서 2017년부터 7달러 지폐를 발행하고 있다. 피지준비은행 홈페이지
남태평양 섬나라 피지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7인제 럭비 우승으로 올림픽 출전 60년 만에 첫 메달을 따냈다. 이 나라 중앙은행인 피지준비은행은 이를 기념하는 차원에서 2017년부터 7달러 지폐를 발행하고 있다. 피지준비은행 홈페이지
태평양 섬나라 피지에는 7달러(약 3850원) 지폐가 있다. 보통 5의 배수 단위로 화폐를 만든다는 걸 감안하면 7달러 지폐는 특이한 존재다. 사실 피지에서도 2016년까지는 5달러 다음이 10달러였다. 그러다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럭비 세븐스’(7인제 럭비)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7달러 지폐를 선보였다.

원래 15인제로 진행하는 럭비는 1924년 파리 대회 이후 올림픽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러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 92년 만에 7인제로 부활해 다시 올림픽 종목이 됐다. 그러니까 피지가 올림픽 럭비 세븐스 초대 챔피언인 것이다. 또 피지가 색깔을 떠나 올림픽 메달을 딴 것도 이 럭비 세븐스 금메달이 처음이었다. 이를 기념하는 차원에서 7달러 지폐가 2017년 세상에 나왔다. 피지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럭비 세븐스 금메달을 차지했고 피지준비은행은 14달러짜리 지폐 출시 계획을 알렸다.

피지에 럭비가 있다면 우루과이에는 축구가 있다. 1930년 제1회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챔피언인 우루과이는 올림픽 금메달 2개도 전부 축구에서 얻어갔다(1924, 1928년). 아르메니아는 리우 때까지 올림픽 금메달 2개를 전부 레슬링에서 따냈고, 칠레는 테니스 금메달만 2개다. 파키스탄은 금메달 3개를 전부 필드하키에서 얻었고, 인도네시아 선수가 딴 올림픽 금메달 7개는 전부 배드민턴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 정도로 진짜 ‘효자 종목’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에티오피아와 자메이카는 각각 올림픽 금메달 22개를 땄는데 두 나라 모두 육상에서만 이 금메달을 수확했다. ‘맨발의 마라토너’ 아베베 비킬라(1932∼1973)의 조국인 에티오피아는 금메달을 딴 가장 짧은 거리가 5000m인 반면에 ‘번개’ 우사인 볼트(35)의 조국인 자메이카는 금메달을 따낸 제일 먼 거리가 1600m다. 그것도 네 사람이 400m씩 나눠 뛰는 1600m 계주였다.

올림픽에서 특정 종목 금메달을 특정 국가에서 가장 많이 가져간 건 탁구의 중국이다. 한국 양궁은 금메달을 따면 이를 높게 평가하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지만 중국 탁구는 금메달을 내주면 상대 선수를 칭찬하는 외신 보도가 잇따를 정도다. 미국 언론인 찰스 데이나(1819∼1897)가 말한 것처럼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아니지만 사람이 개를 문 건 뉴스가 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1988 서울 올림픽 때 탁구가 정식 종목이 된 뒤로 이 종목 금메달 32개 가운데 28개(87.5%)를 가져갔다. 5번 이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종목 가운데 특정 국가 금메달 독점률이 가장 높은 게 탁구다. ‘드림팀’이라는 표현을 만들어 낸 미국 대표팀이 농구 금메달을 따낸 비율(76.7%)도 중국 탁구에는 미치지 못한다. 한국은 현대 양궁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1972 뮌헨 대회 때부터 2016 리우 대회 때까지 이 종목 금메달 40개 가운데 23개(57.5%)를 따냈다.

중국은 2004 아테네 대회 때 한국 대표 유승민(39·현 대한탁구협회장)에게 남자 단식 금메달을 내준 뒤로 2016 리우 올림픽 때까지 탁구 금메달을 전부 독식했다. 다행히(?) 일본 대표 이토 미마(21)-미즈타니 준(32) 콤비가 2020 도쿄 대회 때부터 정식 종목이 된 혼합복식 금메달을 가져가면서 17년 만에 이 독점이 깨지게 됐다.

색깔 구분 없이 메달 수만 따져도 중국은 전체 올림픽 탁구 메달 99개 가운데 53개(53.5%)를 쓸어 갔다. ‘선수 수출’도 중국 탁구가 1등이다.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탁구 선수 172명 가운데 최소 32명(18.6%)이 중국에서 태어났다. 이 가운데 6명만이 중국 대표 선수고 나머지는 전부 다른 나라 대표팀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 여자 대표팀에서도 신유빈(17)을 제외한 전지희(29), 최효주(23)가 중국 출신이다.

도쿄 대회에서 ‘안방 어드밴티지’를 만끽하고 있는 일본이 이전까지 올림픽 금메달을 많이 딴 종목은 자신들이 종주국인 유도(39개)였다. 이어 레슬링에서 32개, 체조에서 31개, 수영에서 22개 금메달을 땄다. 다섯 번째로 일본에 금메달을 많이 안긴 종목은 육상(7개)이었다. 이 육상 금메달 7개에는 손기정 선생(1912∼2002)이 1936년 베를린 대회서 따낸 남자 마라톤 금메달도 들어가 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효자종목#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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