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끝났지만 방역복 풀 장착 안산 ‘방역소년단’이 향한 곳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일 14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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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프로축구 K리그2(2부) 안산 그리너스 FC(이하 안산)의 구단 사무실.

이 구단 이제영 CSR(기업 사회적 책임) 총괄과 신전호 사원, 전진영 사원은 시즌이 끝났지만 습관처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료진이나 검사 요원용 방역복을 입었다. 라텍스 장갑에 눈 보호 선글라스까지 ‘풀 장착’을 하고 구단 차량에 올라 탄 이들이 향한 곳은 안산시 상록구 사동 자연유치원. 이들은 시에서 지원 받은 소독약을 들고 다니며 유치원 구석구석에 뿌렸고, 구단 후원업체가 제공한 비타민 음료를 선물한 뒤 사무실로 돌아왔다. 바쁜 구단 업무에 더해 방역 활동까지 챙기는 이 총괄과 신 사원, 전 사원을 안산 시민들은 ‘방역소년단’으로 부른다.

K리그1(1부), K리그2를 통틀어 저예산 구단으로 분류되는 안산이지만 2017년 창단 때부터 365일 지역 사회 공헌을 구단의 주 활동으로 정했다. 취약 계층, 어린이, 다문화 가정을 위한 축구 재능 기부 활동을 비롯해 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그리너스 힐링체조’, 매주 2회 안산호수공원에서 유산소, 근력 운동 등을 가르쳐주는 ‘밤 도깨비 그린 피트너스’, 안산 시내 단체에 봉사활동을 나가는 봉사대 등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 프로그램을 실시해 프로축구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덕분에 2017년, 2018년 연속으로 K리그 사랑나눔상을 수상했다. 프로 스포츠구단 최초로 4개 기업을 사회 공헌 명목의 스폰서로 유치하기도 했다.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예정했던 활동을 다 하지는 못했지만 이를 선제적 방역 활동으로 채웠다. 구단에 따르면 올해 사회공헌 활동은 137회에 달하고, 대상자는 3만 명에 육박한다. 덕분에 안산은 2020년에도 K리그 사랑나눔상을 수상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13년 이 상을 만들었는데 2회 이상 수상한 구단은 안산이 유일하다.

‘방역소년단’ 3명은 기온이 뚝 떨어진 요즘도 땀띠로 고생하고 있다. 3월부터 거의 매일 방역복을 입은 채 땀을 흘렸기 때문이다. 몸무게도 많이 줄었다. 이 총괄은 “코로나19 확산 초반에는 우리 셋이 방역복을 입고 차에서 내리면 길에서 마주치는 분들이 화들짝 놀라며 피하셨다. 방역을 한 장소는 확진자가 왔다간 곳이라는 오해 때문에 거절도 많이 당했다. 이제는 아니다. 와 달라는 요청이 쇄도할 정도”라며 “방역소년단 중 한 명이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되면 큰 피해를 줄 수 있을 것 같아 최대한 외부 약속을 잡지 않고 조심하고 있다. 시민들이 세계적인 K팝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에 빗대 우리를 불러 주시는 게 영광”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때까지 국내에서 축구를 하다 일본에서 고교와 대학교를 거친 뒤 김해시청에서 선수와 코치로도 활약했던 이 총괄은 일본프로축구 J2(2부) 반포레고후 구단에서 인턴십을 하며 구단과 지역 사회의 진정성 있는 소통 방식을 경험했다. “당시 구단 회장이 ‘구두 밑창이 전부 닳을 정도로 지역 주민을 만나라 그것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진정성 있게 사회공헌 활동을 해야 5년 뒤, 10년 뒤 시민들이 구단의 든든한 팬이 될 수 있다고 해준 그의 말을 잊지 않고 있다.”

안산에서 팀 성적에 관계없이 꾸준히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온 덕분에 이제는 지역 팬들도 적극적인 호응을 보내주고 있다. ‘방역소년단’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안산시내 40여 개 시립 어린이집 학생들이 자신들의 얼굴에 선수들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를 담은 자화상 그림을 1500장이나 보내온 것이 가장 뿌듯한 추억이라고 했다. 안산은 이 그림들을 5월 16일 무관중으로 치러진 안방 경기 때 ‘1일 서포터즈’라는 명칭을 붙여 안산 와스타디움 관중석 중앙을 가득 채웠다. 이 총괄은 “아이들이 이틀 만에 그려 보내 준 그림을 보고 너무 놀랐다. 아이들의 그 마음을 다시 그들에게 돌려줘야할 것 같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365일 안산 시민들과 호흡하는 구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뿌듯해했다.

안산=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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