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에 친 공에… 조코비치 어이없는 실격패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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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안 풀리자 들고 있던 공 툭 쳐
여성 선심 목 맞아 호흡곤란 증세
US오픈 16강전 30연승 기회 놓쳐
조코비치 “잘못된 행동” 뒤늦게 반성

세계 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오른쪽)가 7일 US오픈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자신이 친 공에 목을 맞아 고통스러워하는 여성 선심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세계 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오른쪽)가 7일 US오픈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자신이 친 공에 목을 맞아 고통스러워하는 여성 선심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33·세르비아)는 고개를 저었다. 상대 전적 3전 전승이던 세계 27위 파블로 카레뇨 부스타(29·스페인)에게 자신의 서브 게임을 내줘 1세트 게임스코어가 5-6이 되면서 자칫 첫 세트를 내줄 위기에 몰렸을 때였다. 코트 체인지를 위해 돌아가던 조코비치는 땅을 응시한 채 자신의 주머니에 남아 있던 공을 꺼내 라켓으로 베이스라인을 향해 ‘툭’ 쳤다.

다음 순간 “악” 하는 비명 소리가 들렸다. 무관중 진행으로 고요했던 경기장의 정적을 깬 비명. 조코비치가 무심결에 친 공이 12m가량을 날아가 코트 뒤편에 서 있던 여성 선심의 목에 맞은 것이다.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던 선심은 그대로 자리에 쓰러졌고, 호흡을 하기 힘든 듯 몇 차례 더 신음을 토했다. 당황한 조코비치는 고의가 아니라는 몸짓을 하며 선심에게 다가갔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조코비치가 7일 US오픈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어이없는 실격패로 통산 18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향한 여정을 마감했다. 조코비치는 선심이 치료를 받는 동안 주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선처를 구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미국테니스협회(USTA)는 “고의로 또는 무모하게 공을 쳐낸 조코비치에게 그랜드슬램 규정에 따라 실격패를 선언했다”며 “조코비치가 실격패했기 때문에 세계랭킹 포인트와 상금도 획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상황을 현장에서 목격했던 프리랜서 기자 벤 로텐버그는 경기 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조코비치는 심판에게 ‘선심은 부상이 크지 않다.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 정말 이런 상황 때문에 실격시키려고 하느냐. 메이저대회이고 내 경력이 있는데…’라고 말했다. 이 상황을 (조코비치는) 과소평가했다”고 적었다.

이날 실격패로 조코비치는 올 시즌 26연승 기록과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29연승 기록도 마감했다. 세계 1위가 메이저 대회에서 실격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코비치의 실격으로 이번 대회는 남자 테니스 ‘빅3’가 모두 사라졌다. 앞서 세계 2위 라파엘 나달(34·스페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려로 불참했고, 세계 4위 로저 페더러(39·스위스)는 무릎 부상으로 출전하지 않았다.

조코비치는 “고의는 아니었지만 매우 잘못된 행동이었다. 이번 일을 선수이자 한 명의 인간으로서 발전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자신의 SNS에 적으며 반성의 뜻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2009년 US오픈에서 세리나 윌리엄스(39)가 풋폴트를 지적한 선심의 목에 공을 밀어 넣겠다고 협박한 후 경기가 종료돼 매치포인트 페널티를 받은 사례 등을 언급하며 조코비치에게 주어진 징계가 가혹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노바크 조코비치#실격패#미국테니스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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