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 명예감독 선임? 인천의 씁쓸한 자화상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6월 29일 15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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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인천 유나이티드가 공석이 된 사령탑 자리에 유상철 명예감독(49) 선임을 고민 중이다.

인천은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9라운드 FC서울과 원정경기에서 0-1로 져 7연패의 늪에 빠졌다. 9라운드까지 마친 결과 2무7패, 승점 2로 K리그1(1부) 12개 팀 중 유일하게 아직 승리를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전 직후 임완섭 감독이 사퇴 의사를 표명하자, 이튿날 인천은 이를 수리한다고 발표했다.

축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인천은 유 명예감독의 복귀를 추진 중이었고, 구단 또한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29일 “유 명예감독의 복귀를 논의 중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최종 결정이 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유 명예감독은 지난해 5월 인천 사령탑으로 부임해 시즌 끝까지 팀을 지휘한 바 있다. 10월 췌장암 4기 판정을 받고 건강이 온전치 않은 상황에서도 팀의 K리그1 생존을 이끌며 선수단, 팬들과 약속을 지켰다. 이후 치료를 위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항암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친 유 명예감독은 건강이 호전돼 현재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상태다. 인천의 부진이 거듭되자 최근 구단 고위층과 만나 현장 복귀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든 아마추어든 팀을 이끄는 감독의 역할은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교체가 능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인천의 사령탑 교체는 연중행사처럼 매년 반복되고 있다. 구단 내부에 문제의 뿌리가 깊숙이 똬리를 틀고 있다. 선수단 체계는 무너진 지 오래고, 구단 사무국 구성원들 간의 갈등 역시 외부로 알려져 있을 정도다.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매년 감독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로는 치유가 어렵다.

유 명예감독은 지난해 축구계에 감동 스토리를 전했다. 이번에도 단순한 사령탑 교체로만 국한한다면 최악으로 치닫는 ‘배드 스토리’의 서막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대대적인 팀 체질개선이 절실한 인천이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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