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시후, 첫인상 범상치 않았죠” “감독님이 장난 걸면 심쿵”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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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성남 ‘카리스마 감독’ 김남일과 ‘당돌한 신인’ 홍시후

‘겁 없는 신인’ 홍시후가 빠른 발을 활용해 저돌적인 돌파를 하고 있다. 나이는 어려도 선배 수비수들 앞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는 배짱을 갖고 있다. 성남 제공
‘겁 없는 신인’ 홍시후가 빠른 발을 활용해 저돌적인 돌파를 하고 있다. 나이는 어려도 선배 수비수들 앞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는 배짱을 갖고 있다. 성남 제공
“19세 선수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더라.”(김남일 성남 감독)

“그냥 잘생겨서 쳐다본 건데….”(홍시후)

김남일 프로축구 K리그1 성남 감독(43·사진)은 오랫동안 카리스마의 대명사로 통했다. 4강 신화를 이룬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악착같은 플레이로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강한 이미지를 달고 살았다. 2017년 국가대표 코치 시절에는 “빠따라도 치고 싶다”는 발언으로 정점을 찍었다.

올해 성남 지휘봉을 잡은 그는 검정 셔츠와 양복, 마스크를 쓴 채 그라운드를 쏘아보곤 한다. 누아르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김 감독 앞에서 대개의 선수들은 바짝 긴장하기 마련이다. 19세 신인 공격수 홍시후만 빼고.

올해 상문고를 졸업하고 프로 무대에 뛰어든 홍시후는 K리그1 개막 3라운드 만에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3경기에 모두 나선 그는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저돌적인 플레이와 끝까지 공을 쫓는 투지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기회만 보이면 슛을 때리는 데에도 주저함이 없었다. 23일 강원과의 경기에는 처음으로 선발 출전해 92분간 뛰며 팀 내에서 가장 많은 5차례의 슈팅을 날렸다. 이 중 4개가 골문 안쪽을 향하며 상대 간담을 서늘케 했다. 강원 골키퍼 이광연의 선방과 공이 골대에 맞는 불운이 겹치며 데뷔골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유망주에 목마른 K리그 팬들의 갈증을 해소하기에 충분했다.

강원전이 끝난 뒤 김 감독은 홍시후에 대해 “처음 인사하는 자리에서 어린 친구가 고개를 똑바로 들고 내 눈을 쳐다봤다. 범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홍시후는 이에 대해 “TV에서 보던 사람을 눈앞에서 봐서 너무 신기했다. 눈을 보고 대화하는 게 예의라고 배우기도 했고 너무 잘생기셔서 나도 모르게 빤히 쳐다본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셨을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홍시후는 아직도 김 감독이 장난을 걸어올 때마다 ‘심쿵’할 때가 있다고 한다. 그는 “지나가다 배를 쿡 찌르고 씩 웃으시는데 남자가 봐도 반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01년생 홍시후는 김 감독의 2002 월드컵 당시 활약을 영상으로만 접했다. 홍시후는 영상으로 본 김 감독에 대해 ‘빡센’ 선수라고 표현했다. 그는 “‘진공청소기’라는 별명답게 공격수 입장에서 정말 만나고 싶지 않은 선수”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당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테리우스’라고 불린 안정환과 함께 가장 많은 여성 팬을 보유했다는 말을 들은 홍시후는 “그런 줄은 몰랐다. 생각해 보니 잘생기고 축구도 잘하셔서 팬이 생기는 건 당연한 것 같다”며 웃었다.

팬들은 홍시후에게 ‘홍시포드’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같은 10대의 나이에 데뷔해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활약하는 마커스 래시퍼드(23·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본뜬 별명이다. 홍시후는 “저돌적인 스타일이 비슷한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축구 스타일만큼이나 포부도 거침없다. 그는 “앞으로 3경기 안에 반드시 데뷔골을 넣겠다”며 당찬 공약을 내걸었다. “어떻게 되든 난 해낼 것이다”라고 적힌 그의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처럼 그가 골망을 흔드는 모습을 조만간 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프로축구#k리그1#김남일#fc성남#홍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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