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타 겸업 나종덕, ‘이도류’ 정착이냐 이도저도 아니냐

김배중 기자 입력 2020-05-23 03:00수정 2020-05-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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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인데 부상으로 마운드 올라
3경기 11이닝 3자책 ERA 2.45… 20일 퓨처스 KIA전 홈런 손맛도
프로원년 ‘10승 거포’ 김성한 “부상위험 커서 실익 거의 없다”
2017년 KBO리그 데뷔 후 1군에서만 200경기 넘게 포수로만 경기에 나섰던 롯데 나종덕. 2월 왼손목 부상을 계기로 투구 연습을 시작해 최근 퓨처스리그에서 투수(오른쪽 사진)로도 마운드에 올랐다. 동아일보DB
소설 정도로 여겨졌던 롯데 포수 나종덕(22)의 투수 겸업은 실화가 될 수 있을까.

2월 스프링캠프 도중 왼쪽 손목 부위 골절로 중도 귀국한 나종덕은 수술과 재활 이후 투구 연습을 시작했다. 그런데 강한 어깨로 시속 140km를 웃도는 빠른 공을 던져 화제를 모았다. 내친김에 퓨처스리그(2군) 마운드에도 올랐다. 7일 첫 등판에서 2이닝 1자책점을 기록한 그는 16일 선발 데뷔전에서 4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22일에는 다시 선발로 나서 5이닝 1자책점으로 더욱 선발투수다운 모습을 보였다. 3경기 성적표는 11이닝 3자책점 평균자책점 2.45. 볼넷을 3개 내주는 동안 삼진은 6개를 잡았다. 제구도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다.

나종덕에게 투구 연습을 권했다는 성민규 롯데 단장은 “고교 시절 투수로 활약했던 모습을 지켜봤다.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해 기분 전환도 시킬 겸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야수를 포기한 건 아니다. 22일 선발 등판 이틀 전인 20일 KIA와의 2군 경기에서는 지명타자로 나서 홈런포를 터뜨리며 짜릿한 손맛도 봤다. 성 단장은 “(경기 수가 많고, 더 큰 집중력이 요구되는) 1군에서는 투수와 포수를 겸업하는 건 체력 소모가 커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선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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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는 2018시즌 데뷔한 일본 출신의 오타니 쇼헤이(26)가 선발투수로 승리를 챙기고 며칠 뒤 타석에서 홈런포를 쏘아 올리는 모습을 보이며 한때 ‘이도류(二刀流·투타 겸업)’ 열풍이 불었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프로 무대에서 모든 것을 잘하는 ‘엄친아’ 같은 모습이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KBO리그에서는 나종덕과 같은 해 데뷔한 강백호(21·KT)가 투타 겸업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실제로 강백호는 고교 시절 한 경기에서 포수와 투수로 모두 나서기도 했다. 강견인 강백호는 시속 150km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졌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에는 야수 외길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다만 2018년 올스타전에서 투수로 깜짝 등판해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 적은 있다.

예전 고교야구에서는 에이스가 4번 타자까지 도맡는 일이 흔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투수와 야수 한쪽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초창기 프로야구에서는 투수와 타자 양쪽으로 성공한 사례가 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해태 김성한(62·전 KIA 감독)은 투수로 10승 5패, 평균자책점 2.79를, 타자로 타율 0.305, 13홈런, 69타점을 기록했다. 사실상 투타 겸업으로 성공한 처음이자 마지막 사례다.

하지만 김 전 감독은 투타 겸업에 대해 “실익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부상 위험이 높아 선수 생활이 짧아질 우려가 있고, 이도저도 안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란다. 김 전 감독은 “당시에는 기록 생각을 안 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타자에 집중했다면 더 큰 족적을 남겼을 것 같다”며 웃었다. 1988시즌 KBO리그 타자 최초로 ‘30홈런’ 홈런왕에 오르기도 했던 김 전 감독은 통산 207홈런을 때렸다.

MLB 데뷔 첫해 투타 겸업을 하다 부상을 당한 오타니에 대해서도 김 전 감독은 “시속 160km에 이르는 공을 던질 줄 알고, 20홈런을 칠 능력이 있다면 투수를 하는 게 옳다고 본다. 20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는 MLB에도 많다”고 평가했다. 투타 겸업이 좋아 보일지 몰라도 양쪽 모두에서 성과를 내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나종덕은 올 시즌 KBO리그 1, 2군을 통틀어 유일한 투타 겸업 선수가 됐다. 1군에 올라왔을 때 그는 어느 포지션으로 뛰게 될까.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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