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홍성흔 9회말 끝내기打 KIA가 16연패를 당한 8일 밤. 다음 날 홈경기를 위해 광주로 이동하려던 KIA 선수들은 잠실구장을 빠져나오는 데 애를 먹어야 했다. 무기력한 플레이에 실망한 일부 팬이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고 거센 항의를 했던 것. 조범현 감독이 버스에서 내려 “부상 선수가 돌아오면 전력을 회복해 꼭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후에야 조 감독이 탑승한 버스는 먼저 빠져나갈 수 있었다. 다른 버스 한 대는 30분 정도 더 팬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가 가까스로 구장을 벗어났다.
9일 한화와의 경기를 앞두고도 KIA 선수들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이 경기마저 패한다면 삼미가 1985년 기록한 역대 최다인 18연패까지도 갈 것 같은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에이스 양현종이 선발로 등판했지만 긴장한 탓인지 경기 초반 자신 있게 공을 던지지 못했다. 0-0이던 3회 2사 1, 2루에서 최진행에게 펜스 상단을 때리는 2루타를 맞고 2점을 먼저 내주자 다시 패배의 기운이 엄습했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KIA를 외면하지 않았다. 곧 이은 3회말 공격 1사 만루에서 김원섭의 투수 앞 땅볼 때 3루 주자 김상훈이 홈에서 포스아웃되면서 기회가 무산되나 했으나 한화 선발 유원상의 폭투가 나오면서 1점을 따라갈 수 있었다. 4회에는 선두 타자 나지완이 솔로 홈런을 쳐내 동점을 만들었다.
이종범은 4회 행운의 2루타로 한국과 일본을 합쳐 개인 통산 2000번째 안타를 기록했다. 조 감독은 “연패 기간 질책을 아끼지 않으셨던 팬들에게 감사한다. 팀 분위기를 추슬러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롯데는 9회 터진 홍성흔의 끝내기 안타로 SK에 5-4로 이겼다. LG는 두산에 9-7로 역전승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