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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기자의 눈/이샘물]다문화가정도 안 반기는 지원센터… 더 늘리겠다는 여성부

입력 2013-01-07 03:00업데이트 2013-01-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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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샘물 교육복지부 기자
“처음부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만들지 말았어야 했는데….”

얼마 전 여성가족부 고위 관계자가 기자에게 털어놓은 말이다. 국내 일반 가정을 지원하는 건강가정지원센터와 다문화가정만을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별 차이가 없다는 고백이나 마찬가지였다. 두 센터 모두 상담, 교육, 돌봄 서비스를 똑같이 제공한다.

물론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한국어 교육과 일부 다문화사업을 더하기는 한다. 그래도 두 센터는 대체로 판박이에 가깝다. 주무부처인 여성부 고위 관계자가 두 센터를 각기 운영해야 하는지 회의를 느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여성부는 올해 10곳 확충해 210곳으로 늘린다고 6일 밝혔다. 다문화지원 사각지대를 줄이려면 센터를 더 늘려야 한다는 논리다. 올해 이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436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해 전국 다문화가정은 21만 가구로, 전체 가구(1795만 가구)의 1% 수준이다. 한부모가정(163만 가구)과 비교해도 13%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건강가정지원센터는 149곳으로, 다문화가족지원센터(200곳)보다 51곳이 적다.

센터 수만 놓고 봐도 일반 국민이 다문화가정에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역차별을 이해할 만하다. 정부가 ‘몸집 불리기 식’ 다문화정책을 내세워 센터 수를 늘리고 프로그램을 새로 도입하다 보니 “다문화가정만 가정인가”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더구나 결혼이주자들도 이런 식의 정책에는 반대한다. 다문화유권자연대는 “다문화가정을 분리 지원하다 보니 오히려 다문화가 차별적 용어가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한국인을 채용해 실업률을 낮추려는 기관이란 느낌마저 든다’는 쓴소리까지 나온다.

결혼이주여성 출신인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의 말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다문화, 한부모가정 구분 없이 필요한 지원을 하면 되지 굳이 따로 센터를 만들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그는 “일반 가정과 똑같은 정책을 적용하는 게 다문화가정을 돕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용률도 저조하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2011년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용률은 평균 36.1%에 불과했다. 이용률이 6.8%에 그친 곳도 있었다.

이런 상황인데도 여성부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늘린다는 방침을 재고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대다수 이해당사자가 모두 “이 길이 아니야”라고 외치는데 여성부에만 들리지 않는 것일까. 센터 수 늘리기 식 다문화정책은 정작 다문화가정의 진정한 통합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이샘물 교육복지부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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