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대면 시험서도 ‘AI 커닝’… “안하면 나만 손해” 불신 번져

  • 동아일보

경영대 2명 커닝 자수, 재시험 계획
온라인 강의 늘어 단속 어려워져… 사이버대학, 사실상 무방비 지대
“학생들 윤리 문제로만 봐선 안돼… AI활용 기준-평가방식 변화 필요”

연세대와 고려대에 이어 서울대에서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이번엔 온라인이 아닌 소규모 대면 시험에서 부정행위가 이뤄졌다. 대학들이 AI 활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만들지 않고 방치하는 동안 학생들 사이에서는 “정직하게 시험을 치르면 손해를 본다”는 인식까지 퍼지고 있다. 자칫 대학 교육의 신뢰를 흔드는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대면 시험에서도 AI 커닝 속출

서울대 등에 따르면 최근 치러진 교양과목 ‘통계학실험’ 중간고사에서 일부 학생이 AI를 이용해 시험 문제를 푼 정황이 확인됐다. 최근 연세대와 고려대에서 문제가 된 AI 커닝 사건은 대형 비대면 시험에서 벌어졌는데, 서울대의 경우 경영대 학생 30여 명이 듣는 소규모 강의의 대면 시험에서 일어났다.

시험은 강의실 PC로 코드 등 답안을 작성해 종이에 옮겨 적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일부 학생이 이 과정에서 챗GPT 등 AI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커닝 행위를 자수한 학생은 2명으로 전해졌다. 대학 측은 재시험을 치를 계획이다. 지난해 12월에도 통계학과 학생이 듣는 같은 과목 기말시험에서 유사한 부정행위가 신고됐지만, 당시엔 증거가 부족해 징계로 이어지지 않았다.

대면 시험에서 AI 부정행위가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 6월엔 서울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수업 ‘미디어와 나’ 대면 시험에서도 일부 학생이 노트북 등으로 AI 프로그램을 열고 서술형 문항을 작성한 사실이 적발됐다. 담당 교수는 수강생 전원의 점수를 0점 처리했다. 김명주 바른AI센터장은 “대면 시험에서도 부정행위가 발생한 것은 교수들이 AI의 영향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며 “세대 간 AI에 대한 인식 격차가 강의실 안에서 충돌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AI를 쓰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건국대 재학생 이모 씨(23)는 “AI를 몰래 쓰는 학생이 늘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의욕을 잃을 것 같다”고 했다. 덕성여대 재학생 정다솔 씨(22)는 “교수 지시에 따라 직접 자기소개서를 쓴 친구는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AI로 작성한 학생이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며 “정직하게 시험을 치른 학생이 불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 온라인 강의 확대로 커닝 단속 어려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강의나 대형 강의가 늘어나면서 부정행위 단속이 어려워진 구조적 문제도 지적된다. 대학정보공시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서울대의 비대면 강의는 2022년 2학기 5개에서 지난해 2학기 51개로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