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부당합병과 회계부정 혐의에 대한 2심 선고를 받고 서울 서초동 서울등법원 회전문을 나서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는 3일 오후 2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 총 19개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원심과 같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과 시점, 삼성바이오로직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여부 등 쟁점 사항에 대한 검사 측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특히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로직스의 허위공시·부정회계 의혹에 대해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행사되면 로직스가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는다는 사실이 주요 위험이라고 공시했어야 된다고 본다”면서도“(관련 사실을) 은폐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보고서가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조작됐다는 검찰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제일모직 주가는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의해 상승추세였으나, 삼성물산 주가가 부당하게 왜곡되거나 억눌려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미전실의 사전검토는 이 사건 합병에 관한 구체적·확정적 검토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합병비율 적정성 검토보고서 작성은 안진(회계법인)의 제안으로 시작되었고, 삼성 측 이 주가 기준 합병비율에 맞출 것을 요구하였다 보기 어렵다”며 “안진이 평가 과정에서 주가를 염두에 두고 평가를 하였다 하여 조작이라 할 수 없고, 보고서의 개별항목이 조작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이 회장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시세조종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3년 5개월에 이르는 심리 끝에 지난해 2월 부당 합병과 회계 부정 등 제기된 혐의 모두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2심 판단은 1심 무죄 판결이 나온 지 1년 만에 나왔다. 재판부는 이 회장에 대한 19개 혐의 모두에 무죄를 선고하며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는 이유가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 측 변호인단은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정말 긴 시간이 지났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피고인들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별다른 언급 없이 재판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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