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크 걸어 기절…’ 동료 재소자 괴롭히던 격투기 선수의 최후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6월 4일 11시 36분


코멘트
격투기 선수 출신이란 이력을 앞세워 다른 재소자들을 위협하고 수치스러운 행동을 시킨 30대 재소자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2021년 인천구치소에 수감된 A 씨(33)는 같은 수용실을 쓰는 다른 재소자들에게 자신이 구치소 수감 전 격투기 선수로 활동했다는 사실을 떠벌리며 구치소 내에서 왕처럼 군림했다.

A 씨는 같은 해 3월 동료 재소자인 B 씨(29)와 C 씨(25)에게 손으로 두 귀를 잡고 엎드린 상태에서 “귀뚤”이라며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내고, 바닥에 엎드린 채 성행위를 하는 듯한 자세도 잡게 하는 등 수치스러운 행동을 시켰다.

이들은 A 씨에게 지시에 따르지 않겠다고 저항해봤지만 A 씨가 때릴 듯 겁을 주는 등 위협을 가해 2개월 넘게 매일 같은 행동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피해 재소자들은 A 씨의 지시에 따라 서로의 복부를 때리기도 했고, A 씨가 ‘KCC’라는 이름으로 만든 운동클럽에 가입해 강제로 운동을 해야 했다. A 씨는 B 씨가 “운동을 그만하고 싶다”고 하자 “다른 재소자들한테 복부 10대를 맞고 탈퇴하라”며 협박하기도 했다.

또 A 씨는 B 씨와 C 씨를 불러 세워 “기분 좋게 기절시켜 주겠다”며 다리로 목을 조르는 이른바 ‘초크’ 기술을 가했다. 두 사람은 A 씨에게 “뇌에 피가 안 통할 것 같다”며 거절했지만 소용없었고 10차례의 초크를 견뎌야 했다.

B 씨는 A 씨에게 모욕과 폭력을 당하는 2개월 동안 A 씨의 전용 안마사이기도 했다. A 씨가 “여기 와서 마사지 좀 해봐”라고 말하면 20분 동안 A 씨의 몸 구석구석을 주물러야 했다. 또 A 씨는 평소 아침마다 화장실에 가던 B 씨에게 “앞으로 화장실 가면 죽여 버린다. 급하면 바지에 싸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검찰은 상해와 강요 등 혐의로 A 씨를 재판에 넘겼다. 증인으로 재판정에 선 B 씨는 “A 씨가 무서워 (수치스러운 행동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안마도 하기 싫었지만 맞을까 봐 두려워 요구대로 했다”라고 증언했다.

또 다른 피해자 C 씨는 “인천구치소에서 우리를 보호해 주는 사람이 없어 고립된 상태였다”면서 “A 씨는 말을 듣지 않으면 다른 재소자에게 때리게 하는 방법으로 괴롭혔다”고 말했다.

그러나 A 씨는 자신의 행동이 모두 재미삼아 한 장난이고 피해자들이 원해서 일어난 사건들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엎드리게 해서 시킨 행동은 장난이었고 서로 때리게 한 적은 없다. 안마도 B 씨가 스스로 했고, 기절시킨 적은 있지만 피해자들이 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천지법 형사14단독 이은주 판사는 “피해자들은 A 씨가 범행할 당시 상황 등을 일관되게 진술했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며 A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또 “피고인은 구치소에 수용돼 반성하며 생활해야 하는데도 다른 재소자들을 상대로 범행했다. 피해자들이 받은 고통과 피고인이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하며 반성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