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 쓰러져있던 50대男 목에 감긴 쇠사슬…어떤 사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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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6월 4일 0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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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목에 1m 길이 쇠사슬이 감긴 채 놀이터에 쓰러져 있던 50대 남성을 구조하고 이 가족의 사연을 알게 된 후 도움을 줄 방법을 찾고 있다.

지난달 28일 경찰에는 경기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에서 “놀이터에 어제부터 수상한 중년 남성이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관은 아파트 놀이터 미끄럼틀에 누워 있는 50대 남성 A 씨를 발견했다. A 씨는 며칠 동안 비를 맞은 상태로 안색이 창백하고 저체온증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119 대원과 함께 A 씨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던 경찰은 A 씨가 입고 있던 목 폴라티 속에 1m 길이 쇠사슬이 감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쇠사슬은 A 씨가 스스로 풀지 못하도록 잠금장치까지 있어 119 대원들이 절단했다. 또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간 A 씨의 몸에서는 막대기 같은 물체로 맞은 상처도 발견됐다.

경찰은 신원 확인을 통해 A 씨가 60대 형 B 씨와 함께 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A 씨는 “형에게 연락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폭행 등의 용의자로 B 씨를 의심한 경찰은 B 씨를 임의동행 했고, B 씨는 동생을 폭행했다고 인정하면서 이들 가족의 사연을 털어놨다.

A 씨와 B 씨는 치매 걸린 노모와 함께 살았다. 이들 가족의 유일한 수입원은 B 씨가 폐지를 주워 파는 돈이었다.

하지만 A 씨는 오래전부터 생업에는 관심이 없었고 알코올 중독 상태로 노숙을 하며 살았다. 매일 집 밖으로 나가 술을 마시고 사고를 치는 동생에게 화가 난 B 씨는 동생의 목에 쇠사슬을 채우고 폭행을 했다.

B 씨는 동생을 폭행한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하지만 경찰은 처벌을 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이들 가족을 돕기로 했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A 씨는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 조치했고, 지자체나 시민단체와 연계해 이들 가족에게 물질적, 정서적 도움을 줄 방법을 찾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폭행 사건은 엄정하게 처리하되 이들의 안타까운 상황에도 주목해 각종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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