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복판서 여성 납치·살인…경찰 “가상자산 노린 계획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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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4월 1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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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6분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아파트 단지 입구 옆에서 한 남성이 여성을 끌고 가 차에 태우려 하고 있다(원 안). 폐쇄회로(CC)TV 영상 캡처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6분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아파트 단지 입구 옆에서 한 남성이 여성을 끌고 가 차에 태우려 하고 있다(원 안). 폐쇄회로(CC)TV 영상 캡처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살인 사건은 피해자의 재산을 노린 계획 범행으로 조사됐다.

1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언론 브리핑에서 “체포된 피의자 중 한 명이 금전 목적으로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해 진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 소유의 가상화폐를 빼앗을 목적으로 범행했다는 취지의 진술이 있었다”며 “피해자가 소유한 코인이 50억 원 상당인지 여부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으며 실제 피해가 발생했는지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A 씨(30·무직)와 B 씨(36·주류회사 근무), C 씨(35·법률사무소 근무) 등 남성 3명을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 등으로 전날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A 씨와 B 씨가 직접 피해자를 납치해 살해한 뒤 사체를 유기했고, C 씨가 범행도구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와 B 씨는 과거 배달 대행 일을 하며 알게 됐고, B 씨와 C 씨는 대학 동창 사이로 파악됐다. C 씨는 B 씨 소개로 A 씨를 알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피해자 코인을 빼앗을 목적으로 범행했다.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지목한 건 C 씨”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A 씨 진술에 의하면 C 씨가 B 씨에게 범행을 제안했고 B 씨가 다시 A 씨에게 이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B 씨가 약 3600만 원의 채무를 탕감해준다고 해 범행에 가담했다고도 진술했다.

A 씨 등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6분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단지 인근에서 한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뒤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범행 하루 전 상경해 범행 당일 오후 4시경 피해자의 사무실 인근에서 대기했다가 오후 7시경 퇴근하는 피해자를 미행해 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피해자가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며 격렬하게 저항했는데 이를 목격한 주민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112 신고 접수 3분 뒤인 11시 49분경 출동 지령을 내렸다. 서울경찰청도 동시에 ‘코드 제로’를 발령했다. 11시 53분경 순찰차가 현장에 도착한 뒤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피해 여성이 차에 강제로 태워지는 모습을 확인했다. 경찰은 관제센터 CCTV를 통해 다음날 0시 52분경 납치 차량번호를 확인하고 차주인 A 씨가 벌금 관련 수배를 받고 있는 것을 파악해 0시 56분경 일제수배를 내렸다.

A 씨 등은 0시 12분경 서울톨게이트를 통과해 0시 22분경 영동고속도로 마성IC를 거친 뒤 국도로 용인·평택 등을 거쳐 대전 대청댐 인근으로 향했다. 이후 오전 6시경 대청댐 인근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대전에서 발견한 차량에서 혈흔과 고무망치, 케이블타이, 청테이프, 주사기 등이 나왔다고 밝혔다.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삽 등을 버리는 모습도 CCTV에 촬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대전에서 렌터카를 이용해 충북 청주로 이동했으며 그곳에서 각자 택시를 타고 성남으로 향했다. 경찰은 성남시 수정구에서 2명을 체포했으며 나머지 1명을 강남구 논현동에서 검거했다.

경찰은 이번 납치·살인을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2~3개월 전부터 미행하거나 도구를 준비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도주 과정에서 대포폰을 이용하거나 현금만 사용했으며 도보와 택시로 여러 차례 이동하고 노점에서 옷을 사 입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은 원한 등에 의한 청부살인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공범 3명 중 2명이 피해자와 안면이 없는 데다 애초에 살해하려고 납치했다는 진술이 있는 점, 실제 납치 후 하루이틀 만에 살해한 점 등을 고려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의 중대성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고 코인 부분에 대해 추후 서울경찰청에서 전문 수사 인력을 지원받는 등 수사팀을 보강해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경찰은 강도살인과 사체 유기 등의 혐의로 이날 중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며 신상 공개도 검토 중이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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