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논란 이인규 “박연차 게이트, 미완성이나 성공한 수사” [중립기어 라이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1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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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규, 사자명예훼손 기소 각오하고 책 냈다”
“‘자통’ 수사팀의 처음 공소장은 300쪽 넘어”
“‘검수완박법’ 권한쟁의 인용 가능성 거의 없다”


21일 동아일보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 시사 라이브 <중립기어> 2부에서는 최근 기소된 ‘자통’ 등 간첩사건 수사의 막전 막후를 정리해 드립니다. 또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던 이인규 변호사의 회고록 내용과 그 발간 배경을 살펴봤습니다. 이 변호사는 예전에도 동아일보 정원수 부국장에게 “미완성이지만 성공한 수사라고 생각한다” “한번쯤은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 회고록 출간을 오래 전부터 준비한 것이죠. 이와 함께 23일 예정된 헌재의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선고도 전망했습니다. 동아일보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Er7ZbkDkoYk&t=685s)에서 자세한 내용을 직접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은 주요 방송 내용입니다.



● 과거와 최근 간첩단 활동의 차이는?
▷장하얀 기자

자통이나 한길회 같은 경우에는 이름 자체에서 북한 느낌이 나잖아요. 그런데 민노총 압수수색을 했을 때 대부분의 시민들이 놀라셨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민노총은 제도권 안에 있는 단체잖아요. 간첩 세력들이 여기까지 침투했다는 의혹이 있어서 수사를 하고 있는 거니까요. 이들 사건의 연결고리가 있을까요?

▶정원수 부국장

원래 공안 사건을 많이 했던 검사들 얘기를 들어보면 간첩 조직의 특징은 ‘단선연계 복선포치’라고 합니다. 단선연계는 뭐냐 하면 제가 만약에 간첩이라면 제 상부가 누군지 저는 압니다. 그리고 제 하부가 누군지 압니다. 그러니까 단선끼리는 연계가 되어 있는 겁니다. 그런데 복선포치는 뭐냐 하면 제 옆에 똑같은 조직원이 누군지도 모르게. 그러니까 복선은 포치, 서로 엇갈리게 해놓고 단선은 연계해놓은 겁니다. 왜냐하면 혹시라도 걸렸을 때 일망 타진되면 안 되잖아요. 일망타진되면 조직 복구가 안 되니까. 그걸 대비해서 이렇게 해놓은 건데 이번에 간첩단 사건은 좀 특이한 게 각각의 간첩단들이 각각 활동하지 않고 서로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게 아주 특이합니다. 예를 들면 자통과 한길회, 충북 동지회라고 이번 사건 전에 문재인 정부에 수사한 간첩 사건이 하나 있는데 이 사건에 관련자들이 서로 연락을 합니다. 기존에는 없었던 양상입니다. 왜 각 조직이 서로 연락을 하지, 이상하죠. 공안 당국에서 파악하기로는 충북 동지회가 문재인 정부 말기에 수사를 받습니다. 갑자기 수사를 받으니까 북측에서 수사 동향 동향이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수사가 어떻게 되고 있는거야, 아주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연락이 갑자기 끊기니까 직접 알아볼 수 없고 하니까 좀 알아봐라 라고 지시를 내려서. 그런 부분을 지금 공안 당국이 확인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장하얀 기자

지난주에 기소된 내용을 살펴보니까 내부 댓글팀을 꾸려서 유튜브나 SNS에 조직적으로 우리 사회에 반정부 선동 지령을 내리거나. 2021년 한미일 공조 강화 추진 때는 ‘일본 후쿠시마 앞바다의 괴물고기 출연. 방사능에 의한 기형아 출생’ 이런 괴담을 유포해서 반일 감정을 고조하라는 ‘깨알 지령’ 같은 것도 내리고요. 이태원 참사 때는 반정부 투쟁을 지시하는 것처럼 국내 상황에 맞춘 지령을 내렸다고 하는데요.

▶정원수 부국장

국내 선거가 있을 때 선거에 개입하려고 하고 지방선거, 대선 그리고 대선 이후에는 집권 세력을 흠집 내려고 하는 아주 구체적인 지령을 내립니다. 한 번 만났을 때 온갖 지령을 다 내릴 수도 없고, 이 간첩단 사건들도 만났을 때가 2016년 17년이니까 그때하고는 정치 상황이 지금하고는 다르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맞는 지령을 내려야 되니까 그 지령을 따로 전달을 합니다. 전달 방식이 어떻게 되냐면 메일을 이용합니다. 지메일처럼 압수가 잘 안 되는 메일을 해외에 서버를 둔 메일을 이용을 하는데, 메일에다가 파일을 보냅니다. 지령이라고 써서 보내면 누군가 다 알게 되겠죠.

▷장하얀 기자

암호화를 해야 될 것 같은데요?

▶정원수 부국장


파일을 만든 다음에 그걸 암호화를 합니다. 대신에 암호화를 하고 이 암호화를 푸는 걸 복호라고 합니다. 암호를 이렇게 풀으라는 암호 해독표를 같이 줍니다. 그러면 그 파일을 다운 받아가지고 해독표를 통해서 복호화를 하면 지령이 보입니다. 복호화를 안 한 상황에서 보면 그냥 기사입니다. 일반 기사 파일이 들어가 있기도 하고 이미지 파일이 들어가 있기도 합니다. 그런 식으로 지령을 그때그때 보내가지고 수행하게 하는 게 지금 간첩단 사건의 특징이고. 이번에 국정원이나 검찰에서 압수수색을 해가지고, 제가 알기로는 지령문을 어마어마하게 확보했습니다. USB나 외장하드에 들어있는 지령문이 상당히 많이 확보가 됐고. 지령문이 들어가 있는 파일 뿐만 아니라 그 지령문을 해독할 수 있는 암호 해독표까지 확보 돼가지고. 자통의 공소장이 지금 알려진 게 180페이지 좀 넘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수사팀에서 처음에 작성한 공소장은 300페이지가 넘었다고 합니다.

● 올해는 ‘공안의 해’가 된다?
▷장하얀 기자

올해는 ‘공안의 해’가 될 것이다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간첩 사건은 늘 정치적으로도 연관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 때는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남북관계 개선 시점이라서 대공 수사 역량이 크게 약화됐다는 시각이 있었는데요. 그래서 윤석열 정부 당국자들은 그 당시에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도 하더라고요.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경찰로 이전하는 걸 놓고 잡음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이유로 수사를 더 열심히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여론도 있더라고요.

▶정원수 부국장

아무래도 국정원에서 그걸 의식을 안 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수사를 한다 이거는 좀 아닌 것 같고요. 국정원에서 크게 보면 두 가지 파가 있다고 흔히 합니다. 매파하고 비둘기파가 있습니다. 매파는 북한 공작에 치중하는. 그러니까 북한을 대화보다는 힘으로써 제압하려고 하는 그런 활동을 주로 하는 공작원들이고. 비둘기파는 대화하고 협상하고 그런 분들인데.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넘어오면서 아무래도 매파의 비중이 커졌고 조직도 좀 커진 것 같고. 그래서 그런 분들이 그동안 첩보 활동을 했던 사건 중에 수사를 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을 수사에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대통령께서 국정원을 방문했을 때도 간첩 수사를 엄청 강조했다, 제가 듣기로는 그 자리에서 ‘빨갱이 얘기’까지 오갔다.

▷장하얀 기자

공안 수사는 어디까지 갈 거라고 보시나요?

▶정원수 부국장

경찰이 수사권을 가져가더라도, 대공수사권을 가져가더라도 경찰이 기존의 국정원처럼 수사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봅니다. 노하우도 있고 국정원에서 내사하고 있는 자료를 모두 경찰에 넘기기도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정보기관은 위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인데. 경찰은 수사기관이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활동해야 되기 때문에 자료를 전부 이관해줄 수도 없을뿐더러 이관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결국은 법이 바뀌더라도 당분간은 계속 국정원하고 경찰이 협업을 하지 않으면 대공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생각 합니다.

● “이인규 회고록에는 아직 절반의 진실만 담겨 있어”


▷장하얀 기자

구독자님께서 ‘왜 지금이고, 뭘 바라고 회고록을 냈는지 궁금하다’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왜 지금, 어떤 이유에서 회고록을 냈는가.



▶정원수 부국장

제가 이인규 중수부장을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이인규 부장이 뭐라고 얘기했다면 ‘박연차 게이트 수사는 미완성이지 성공한 수사라고 생각한다’ 라고 얘기했습니다. 이게 실패한 수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취지죠. 그리고 이 수사라는 게 진짜 한 사람의 입만 바라보고 한 수사였다. 박연차를 얘기하는 거죠. 그래서 얼마나 밝혀내기가 어려웠냐라고 얘기를 하면서 ‘한번쯤은 진실이 밝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 한 번쯤의 시기가 지금이 됐는데.

▷장하얀 기자

공소시효 말씀이신가요?

▶정원수 부국장

본인은 책에서 그렇게 썼죠. 그랬는데 주변에서 쓰지 말라고 만류를 많이 했는데. 제가 알기로는, 이인규 중수부장이 최근까지 악몽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온갖 사람들이 본인을 노무현 수사의 책임자로 몰고 ‘정치검사다’라고 약간 저주를 퍼붓고 이런 것에 대해서 고통이 심해서. 그런 부분에 대해 언젠가 한 번 털고 가야겠다라고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책을 냈고. 책을 낸 이유는 결국은 책을 내면 아마 유족이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은 허위사실이나 사실적시가 모두 명예훼손으로 처벌을 받는데, 죽은 사람에 대해서는 허위사실만 처벌을 받습니다. 그래서 본인이 설령 기소되면 재판을 받아서 회고록에 어떤 부분이 사실인지 판결문에 남기고 싶어 한다라고 들었습니다.

▷장하얀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내용도 책에 내용이 나와 있더라고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인규 중수부장이 전화를 한 적도 있다고요?

▶정원수 부국장

제가 예전에 듣기로는 이인규 중수부장의 이 책의 앞부분에서는 SK수사가 나와 있습니다. 대선 자금 수사와 관련해서 노무현 정부 초기에 검사와의 대화가 있었습니다. 그때 대통령이 SK 수사와 관련해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취지로 어떤 검사가 폭로를 합니다. 그래서 폭로 직후에 문재인 대통령이 그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민정수석이 이인규 중수부장한테 직접 전화를 해서 그 외압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라고 본인이 저한테 얘기한 적은 있습니다.

▷장하얀 기자

부국장께서는 박연차 게이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취재를 하셨다고 하셨잖아요. 혹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구독자분들이랑 공유하고 싶은 내용들이 있으실까요.

▶정원수 부국장

제가 이 사건을 취재하고 느낀 게 ‘서초동에는 항상 두 개의 진실이 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같은 사안을 놓고 검사는 이렇게 보는데 피의자 측은 정반대로 보는 그런 게 있고. 진짜 진실이 뭔지는, 그 두 개의 진실 중에 어떤 게 진짜 진실인지는 상황에 따라 바뀌기도 하는 것 같고요. 어떻게 보면 하늘만 알고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인규 부장의 이 책이, 저는 아직도 절반의 진실 밖에 담고 있지 않다라고 생각합니다. 그 나머지 절반은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채워지지 않을까.

● ‘검수완박’ 입법 11개월만에 내려질 헌재의 결론은?


▷장하얀 기자

이번 주에 주요 일정이 하나 더 있습니다. 목요일에 헌재가 검수완박 권한쟁의 심판 선고를 합니다. 입법 11개월 만인데요. 어떻게 될 거라고 보시나요.



▶정원수 부국장

선고 전에 선고 결과를 예측하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이 권한 쟁의는 헌재 구성원이 9명입니다. 소장까지 재판관 8명에서 9명인데. 9명 중에 5명이 찬성하면 인용이 됩니다. 그런데 지금 문제 제기를 누가 했느냐 하면 여당 국회의원이 했습니다. 국회의장 등을 상대로 했고. 그 다음에 법무부가 또 한 게 있습니다. 두 가지 부류가 있는데 헌재 역사상 국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서 헌재가 권한 쟁의를 통해서 판결을 무력화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헌재가 생기고 나서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래서 만약에 인용을 하게 되면 역사적인 사건이 되는데. 제 개인적인 의견은 인용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원수 부국장은 검수완박 가처분 ‘인용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예측했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자세한 내용은 동아일보 유튜브에서 지금 바로 확인하세요!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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