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박희영, 이태원 참사 인지 후 권영세에만 전화…부실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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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2월 1일 15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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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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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이태원 참사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권영세 통일부 장관에게 참사를 보고하고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 구청장과 함께 주요 피의자로 지목된 이임재 전 용산서장의 부실 대응 정황도 파악됐다.

1일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실이 검찰에서 제출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사고를 인지한 뒤에도 권영세 통일부 장관에게만 연락하는 등 부실 대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공소장에는 박 구청장이 참사 당일 오후 10시 51분 이태원상인연합회 관계자로부터 연락받고 10시 59분에 현장에 도착해 사고를 인지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박 구청장은 참사 발생 1시간 뒤인 오후 11시 23분 경찰과 소방 등이 아닌 권 장관에게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보고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박 구청장은) 경보 발령, 대응요원 현장출동 지시, 교통 통제 등 재난대응에 필요한 긴급 특별지시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또 최원준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은 참사 당일 오후 3시부터 개인적 약속으로 술을 마시다가 오후 11시 25분 용산구청 안전재난과 주무관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참사 사실을 인지한 후 용산구청으로 출근하겠다고 했지만 집으로 돌아간 뒤 다음날 오전 7시 30분 출근하기 전까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또 다른 주요 피의자로 지목된 이 전 서장도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에 경비기동대 요청을 하지 않는 등 부실하게 대응한 것으로 봤다.

검찰은 이 전 서장 등 5명의 공소장에 “이 전 서장은 서울경찰청 등 상부기관에 경찰관(경비)기동대 지원을 직접 요청하거나 자신의 지휘·감독 하에 있는 경찰관들에게 지원 요청하도록 지시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용산서가 서울청에 인파 관리를 위한 기동대를 요청했는지 여부는 참사 발생의 핵심 경찰 책임자를 가리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이를 두고 이 전 서장과 김광호 서울청장은 계속해서 엇갈린 주장을 해왔다. 하지만 경찰에 이어 검찰 역시 김 청장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이 전 서장이 참사 발생 약 2시간 전 “인파가 몰려나오는데 손이 부족하다”는 등의 112상황실 무전을 듣고도 인파 관리를 하지 않았다고 파악했다. 또 이 전 서장이 참사 당일 현장에 늦게 도착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상황보고서를 조작하고 이를 한 줄 한 줄 읽은 것으로 봤다.

이에 검찰은 지난 20일 박 구청장과 최 과장 등 4명을 기소했다. 또 지난 18일에는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 등 5명을 기소했다.

또 검찰은 지난 18일 이 전 서장 등을 기소하면서 경찰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용산서 여성청소년과장 A 경정을 추가 입건해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A 경정은 참사 당일 이태원파출소 옥상에 있던 이 전 서장과 사무실에 있던 용산서 직원을 오가며 이 전 서장의 지시를 전달하고 확인받는 등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상해 피해자 286명도 추가했다. 당초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범죄 사실에 상해 피해자를 8명으로 기재했으나 검찰의 추가로 상해 피해자는 294명으로 늘었다.

지난 18일과 10일에도 두 차례에 걸쳐 서울경찰청을 압수수색했던 검찰은 지난달 26일 서울경찰청에 수사관들을 보내 김 청장 집무실 등 8곳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검증영장을 집행했다.

검찰은 참사 당일 서울청의 보고와 상황 전파 등 업무체계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검증을 하고 참사 전후 수사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서울청이 참사 전 위험을 알리는 112신고를 부실하게 처리하고 발생 후에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특수본으로부터 불구속 송치된 김 청장의 경우 관련 보고를 받아 당일 인파를 예상했음에도 관련 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검찰은 특수본이 무혐의 처분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 윗선의 수사기록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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