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조사서 상세히 진술
金 “대선위해 李방북 협조를” 요청
李측 “하다하다 안되니 또 색깔론”

● 리호남 “이재명 대통령 됐으면 좋겠다”
3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0일 구속된 김 전 회장은 설 연휴 직후 태도를 바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방북 및 남북경협을 위해 경기도의 대북사업 비용을 대납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김 전 회장이 “대선을 위해 (당시) 이 지사의 방북을 원하니 협조해 달라”고 했고, 이 전 부지사는 “이 지사가 다음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김 전 회장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리호남이 “이 지사가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며 “방북을 위해선 벤츠 자동차와 헬리콥터가 필요하니 500만 달러(약 62억 원)를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마카오서 환치기 수법으로 300만 달러 송금

카지노 산업이 발달한 마카오는 환치기가 용이한 곳으로 꼽힌다. 당시 방모 쌍방울 부회장(수감 중)은 계좌에 들어온 외화를 마카오 현지에서 출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송 부실장과 접선해 300만 달러를 건넸다는 것이다. 검찰은 환치기 수법에 사용된 계좌 거래 내역 등 객관적 물증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돈이 “경기도의 경협 비용을 대납해 달라”는 북한 측의 요구를 받고 쌍방울 측이 전달한 500만 달러 중 일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리하면 2019년 쌍방울 측이 북한에 전달한 돈은 1월 200만 달러(약 25억 원), 4월 300만 달러, 11∼12월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약 98억 원)에 달한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이 같은 2019년 쌍방울의 대북송금 과정에 이 대표가 관여했거나 공모했는지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하다 하다 안 되니 해묵은 색깔론까지 들먹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는 “2019년 1월 이 전 부지사 등이 북한 인사를 접촉했다고 당국에 사후 신고했지만 해당 명단에 김 전 회장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1일 논평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비용을 대납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중상모략”이라며 “2019년 방북 요청의 내용을 담은 이 대표의 친서와 공문은 북측에 지자체 차원의 교류협력 의사를 타진하려는 목적이었고,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방북이 불가능함에도 지자체가 진행해오던 사업을 계속 이어갔던 것”이라고 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