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남편 구천 떠돌아” 32억원 뜯어낸 동창생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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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월 29일 0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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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잃어 괴로워하는 초등학교 동창생에게 접근해 굿 대금 명목으로 8년간 무려 584회에 걸쳐 32억을 뜯어낸 60대 여성이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제1형사부(신교식 부장판사)는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A 씨(60)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A 씨는 2013년 2월 16일부터 2021년 2월 24일까지 지인 B 씨에게 굿 대금 명목으로 총 584회에 걸쳐 32억 9800만여 원을 뜯어내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A 씨가 지난 2013년 남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워하던 B 씨에게 접근해 ‘죽은 남편을 위해 굿을 해야 한다’, ‘할아버지의 노여움을 풀지 않으면 죽은 남편이 극락왕생을 하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 된다’, ‘내게 돈을 주면 할아버지를 모시는 사람을 통해 굿을 해 주겠다’는 취지로 속여 굿 대금을 받아냈다고 판단했다.

경찰 등 수사기관은 A 씨가 B 씨가 운영하던 분식집 인근 다른 식당에서 일하면서, B 씨와 친분을 쌓았고, B 씨의 가정사를 알게 되면서 범행한 것으로 봤다. 전통시장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B 씨는 모든 부동산을 처분해 재산을 다 날리고 난 뒤에야 뒤늦게 사기 피해를 당했음을 깨달았다.

A 씨와 그의 변호인은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받은 돈 중엔 B 씨가 A 씨에게 빌린 돈을 변제한 금액도 포함돼 있다며 B 씨를 속여 돈을 받은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A 씨 측은 B 씨가 채무자로 기재돼 있는 차용증 여러 장을 증빙자료로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 씨가 A 씨에게 빌린 돈이 있지만, 약 6800만 원의 액수의 자료가 있으며, 제출된 차용증 중 절반가량은 직접 관련이 없는 차용증으로 봤다. 나머지 차용증도 명확한 내용이 적혀 있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A 씨가 B 씨의 돈을 받아 생활비, 노후자금 등으로 사용할 생각이었고, B 씨를 위해 굿을 해주거나, 다른 사람에게 굿을 부탁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봤다.

신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약 8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피해자의 불안한 정신 상태나 불우한 가족사를 이용해 굿 명목으로 거액을 편취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고 있는 점 등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여전히 피해를 회복하지 않았고, 피고인은 자신의 생활비나 가족을 위해 편취한 돈을 사용했다. 피해자와 그 가족은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이고, 여전히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피고인이 초범인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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