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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댓글민심]‘피의자 얼굴공개’ 연관어로 ‘인권’, ‘무슨’ 뜬 이유?[데이터톡]

입력 2023-01-14 14:00업데이트 2023-02-02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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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와 전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2)의 얼굴은 결국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모습과 많이 다르다는 신분증 사진이 공개됐을 뿐이죠. 그는 1월4일 검찰에 송치되며 대중 앞에 설 때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최대한 가렸습니다.

이번 POLL+에서는 이처럼 얼굴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범죄자의 경우 현재 사진을 공개할 필요가 있는지에 물었습니다. 1만6594명의 응답자 중 98%(1만6223명)가 ‘공개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안된다’는 의견은 2%(285명)에 그쳤습니다.

‘조용한오뚜기’ 독자는 댓글창에 “우리도 외국처럼 범인의 최근 실물사진을 공개해 전 국민이 알게 해야 된다. 타인의 삶을 뭉개버린 흉악범에게도 인권을 줘야하나?”라고 썼습니다.

댓글창에 있는 10개의 댓글 중 공개하면 안 되는 이유를 담은 글을 없었습니다.
● “꼭 최근 사진 공개할 필요는 없다”는 현행법
현행법은 특정강력범죄나 성폭력 범죄 피의자의 얼굴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의자의 현재 사진 대신 신분증에 있는 10년 전 사진을 공개하게 되는 이유는 공개할 사진을 찍는 시점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기 때문입니다. 꼭 최근에 찍은 사진만 공개해야 할 필요는 없는 거죠.

피의자의 가장 최근 사진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수사기관이 구금 과정에서 찍는 ‘머그샷’인데, 이 머그샷을 공개하려면 피의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머그샷은 피의자의 동의 아래 공개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이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유죄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당사자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고, 헌법상 무죄추정원칙에도 위배되니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범인이라고 해서 신상을 공개했는데 나중에 범인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경우도 없지 않으니까요.





현행법은 피의자의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해 신중하게 하라는 단서 조항을 달아두고 있다.크게보기현행법은 피의자의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해 신중하게 하라는 단서 조항을 달아두고 있다.
● “살인자에게 인권이 있나”
전국 10개 종합일간지가 2020년 9월부터 현재(2023년 1월10일)까지 피의자 얼굴 공개 이슈를 다룬 기사 110개와 댓글 2086개를 분석해보니 대부분의 댓글이 현재 사진 공개를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피의자 얼굴 공개’ 키워드와 연관어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인권’이었습니다.

분석 대상 댓글에서 빈도수가 가장 높은 단어는 ‘인권’이었다. ‘인권’과 함께 자주 등장한 단어로 ‘무슨’, ‘얼굴’, ‘흉악’ 등이 빈도수 상위에 올라 있다.크게보기분석 대상 댓글에서 빈도수가 가장 높은 단어는 ‘인권’이었다. ‘인권’과 함께 자주 등장한 단어로 ‘무슨’, ‘얼굴’, ‘흉악’ 등이 빈도수 상위에 올라 있다.

‘인권’은 크게 두 개의 맥락에서 자주 쓰였는데요, 첫 번째는 ‘살인자에게 인권이 있느냐’, ‘피해자의 생명권을 빼앗은 혐의를 받는 피의자의 인권을 굳이 존중해 줘야 하느냐’라는 격한 감정의 표현에서, 두 번째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인권이 피의자의 인권보다 더 중요하다’, 즉 피해자 가족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빼앗겼으니 피의자에게 ‘얼굴 공개’라는 형벌이 내려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맥락에서 였습니다.
rhee**** 앞으로 인권은 사람에게만 적용하자…사람의 탈을 쓴 악마들에게 무슨 인권

mjym**** 살인자에게 인권 존중이 있었음 살인을 안 했겠죠. 살인자에게 인권을 존중해달라는 분들은 교과서를 떠나 본인의 일이었다면 어땠을까 먼저 생각해보시길

lho1**** 흉악 범죄자의 얼굴을 허락받고 노출해야 한다고? 진짜 어이없네~ 그럼 억울하게 죽은 이들과 그 가족들의 인권은 없는 거냐?

모두 ‘피의자가 곧 살인자’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의견들이었습니다. 댓글창이 ‘대중의 욕받이창’이라는 듯 감정적 댓글이 넘쳤습니다.
● ‘얼굴 공개’라는 형벌, 피의자에 내릴 수 있나
이렇게 댓글 민심이 피의자의 현재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고 하는 이유는 얼굴 공개 자체가 대단히 엄중한 형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얼굴이 공개되면 징역을 살고 나온 후에도 정상적 사회생활이 불가능합니다. 죽을 때까지 낙인 속에 살아야 하죠. 범죄 전력을 알리는 문신을 새기는 ‘묵형(墨刑)’이 고대 형벌의 한 종류였던 점을 생각해 보세요. 범죄자 자신 뿐 아니라 그 가족들도 고통 속에 살아야 합니다. 얼굴 공개는 이렇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예상하게 해 범죄 충동을 억제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죠.
kjsk**** 예전부터 제일 큰 형벌이 사형 제외하고 쪽팔림이었다. 사형집행 전에도 쪽은 팔고 죽게 했지. 지금 사형 없으니까 신상공개해서 부모형제 쪽 팔게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 범죄자한테 인권이 어딧노

논란이 되는 지점은 얼굴 공개라는 형벌을 유죄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에게 내릴 수 있느냐라는 것인데요. 수사의 결과보다는 대중적 감정에 휩쓸려 얼굴을 공개했다가 나중에 범인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그 후폭풍은 누가 책임져야 할까요?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얼굴 공개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재범 방지라는 목적이 반드시 얼굴 공개를 통해 달성될 수 있는 것이냐는 점도 생각할 점이죠.

현행법은 피의자의 얼굴 등 신상 공개를 허용하면서도 지금의 얼굴을 공개하려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어정쩡하게 규정해 놓아 혼란을 키우고 있는데요. 공개하라는 것인지, 공개하면 안 된다는 것인지 애매합니다.

얼굴 공개를 허용한 이유와 목적이 무엇인지, 현재의 법 조항이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절한지에 대해 논의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향후에 같은 논란이 반복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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